발효 금동원 글을 담급니다 순 토종의 메주콩을 골라 가마솥에 삶아내 듯 알알이 겉도는 말들이 장작더미 가득 품고 온몸으로 끓어오르는 동안 알맞게 물러 부드럽고 풍부해지면 마음으로 찧고 또 찧어 매끌매끌 토닥토닥 어르고 다듬어서 거칠하고 순박한 정성으로 묶습니다 파랗고 높아 휘파람 같은 하늘과 솜털 살며시 솟아오르는 햇살에 버무려서 세상 그늘에 잊은 채 매달아 두면 몸속에서부터 견딜 수 없어 애꿎은 곰팡이의 모습으로 꽃이 피는 날 그날이 내 생일날입니다 글이 시가 되고 시가 꽃이 되고 발효된 맛으로 태어난 기쁜 날입니다 -시집『마음에도 살결이 있어,』(2011, 월간문학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