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봄 제주도 한라산 1100고지 자연습지 공원을 갔을 때의 일이다. 분명히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메마른나뭇가지와 가지끝 이른 꽃봉오리에 이슬이 맺혀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무척 경이롭기도 했지만, 본연의 생명(삶)을 지탱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약간은 처연하고 안쓰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경건하기도 하고, 최선의 다해 자신의 에너지를 끌어내어 우주와 교감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른 봄 날 만났던 나뭇가지 끝에 맺힌 투명한 이슬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과 사색에 잠겼었다. 정진규 시인의 「봄비」를 읽고, 시인이 쓴 시작(詩作)에 대한 감상(혹은 깨달음)을 읽으며 나 역시 무릎을 치는 감동을 맛보았다. 온 몸에 찌르르르 전율을 느꼈다는 정진규 시인의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