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 이태준 우리는 며칠 전에 김유정, 이상 두 고우를 위해 추도회를 열었다. 세속적인 모든 것을 비웃던 그들이라 그런 의식을 갖기 도리어 미안스러웠으나 스노비즘을 벗어나지 못한 이 남은 친구들은 하루 저녁의 그런 형식이나마 밟지 않고는 너무 섭섭해서였다. 생각하면 우리 문단이 있어 온 후 가장 슬픈 의식이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을 잃는 것도 아픈 일인데 한번에 두사람씩, 두 사람이라도 다같이 그 존재가 귀중한 사람들, 그들이 한번에 떠나버림은 우리 문단이 날래 가실 수 없는 상처라 하겠다. 최초의 작품부터 자약한 일가풍을 가졌고 소설을 쓰는 것이 운명인 것처럼 만난(萬難))과 싸우며 독실일로(獨室一路)이던 유정, 재기며 패기며 산매와 같이 표일하던 이상, 그들은 가지런히 선두를 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