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2 김춘수 바람도 없는데 꽃이 하나 나무에서 떨어진다. 그것을 주워 손바닥에 얹어놓고 바라보면 바르르 꽃잎이 훈김에 떤다. 花粉도 난(飛)다. 「꽃이여!」라고 내가 부르면, 그 것은 내 손바닥에서 어디론가 까마득히 멀어져 간다. 지금, 한 나무의 변두리에 뭐라는 이름도 없는 것이 와서 가만히 머문다. 디딤돌1 디딤돌이 달빛에 젖어 있다 아내의 한쪽 발이 놓인다 어디선가 가을 귀뚜리가 운다 무중력 상태의 한없이 먼 곳에 아내는 떠 있는 느낌이다 라일락 꽃잎 한 아이가 나비를 쫓는다. 나비는 잡히지 않고 나비를 쫓는 그 아이의 손이 하늘의 저 투명한 깊이를 헤집고 있다. 아침 햇살이 라일락 꽃잎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 아침에 크고 꺼칠한 손이 햇서리가 내린 밀감나무의 밀감을 따고 있었다 밀감밭이 있는 탱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