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불온한 검은 피 2

Cold Case/ 허연

Cold Case 허연 한 친구는 부처를 알고 나니까 시 같은 거 안 써도 되겠다며 시를 떠났다. 또 한 친구는 잠들어 있는 딸 아이를 보니까 더 이상 황폐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를 떠났다. 부러웠다. 난 적절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별자리 이름을 많이 알았거나 목청이 좋았다면 나는 시를 버렸을 것이다. 파킨슨병에 걸린 초파리를 들여다보며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면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신중한 내연기관이었다면 수다스럽게 시를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또 시를 쓴다. 그게 가끔은 진실이다. 난, 언제나 끝까지 가지 못했다. 부처에게로 떠난 친구나, 딸아이 때문에 시를 버린 친구만이 끝까지 갔다. 미안하다.미안하다. 내 시가 누군가의 입맛을 잃게 해서. 끝까지 가지 못해서. -《..

강설/ 허연

강설 허연 어떻게 검은 내가 하얀 너를 만나서 함께 울 수 있겠니 죄는 검은데 네 슬픔은 왜 그렇게 하얗지 드물다는 남녘 강설强雪의 밤, 천천히 지나치는 창밖에 네가 서 있다. 모든 게 흘러가는데 너는 이탈한 별처럼 서 있다. 선명해지 는 너를 지우지 못하고 고장 난 채로 교차로에 섰다. 비상등은 부 정맥처럼 깜빡이고 시간은 우리가 살아 낸 모든 것들을 도적처럼 빼앗아 갔는데, 너는 왜 자꾸만 강설 내리는 창밖에 하얗게 서 있 는지, 너는 왜 하얗기만 한지 아프지 말라고 아프지 말고 살아서 말해 달라고? 이미 늦었지 어떻게 검은 내가 하얀 너를 만나서 함께 울 수 있겠니 재림한 자에게 바쳐졌다는 종탑에 불이 켜졌다 피할 수 없는 날들이여 아무 일 없는 새들이여 이곳에 다시 눈이 내리려면 이십 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