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사물의 꿈 3

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정현종

녹아들다 정현종 녹아들지 않으면 그럴듯하지 않고 즐겁지도 않다 마음은 특히 그렇다. (지금의 세계는 마음이 만드는 세계가 아니거니와) 녹아들지 않으면 마음은 필경 삶의 전부인 저 진실의 순간을 만나지 못한다. 그런 순간이 없으면 삶은 깡그리 허탕이다. 녹는 일에는 물과 가름과 바람이 있고 살과 피와 무슨 그런 게 있지만 그러나 마음이 녹아들지 않으면 (지금의 세계는 마음이 만드는 세계가 아니거니와) 세계는 잿더미요 삶은 쓰레기 더미이다. 산책 산책을 한다. 그 시간은 이 세상의 시간이 아니고 그 공간은 고해 苦海를 벗어나 있다 세계는 푸른 하늘까지 숨결은 대기 속에...... 그렇게 가없는 몸이여. 이 단순한 활동은 얼마나 풍부한가.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듯한 시간이라니! 사물사물하는 보석, 이 ..

詩 이모저모 2023.01.15

시가 막 밀려오는데/ 정현종

시가 막 밀려오는데 정현종 잠결에 시가 막 밀려오는데도, 세계가 오로지 창(窓)이거나 지구라는 이 알이 알 속에서 부리로 마악 알을 깨고 있거나 시간이 영원히 온통 푸르른 여명의 파동이거나 하여간 그런 시가 밀려오는데도, 무슨 푸르른 공기의 우주 통과하지 못하는 물질이 없는 빛, 그 빛이 만드는 웃고 있는 무한- 아주 눈 속에 들어 있는 그 무한 온몸을 물들이는 그 무한, 하여간 그런 시가 밀려오는데도 나는 일어나 쓰지 않고 잠을 청하였으니...... (쓰지 않으면 없다는 생각도 이제는 없는지) 잠의 품속에서도 알은 부화한다는 것인지) -『광희의 속삭임』,(2008, 문학과지성사)

견딜 수 없네 / 정현종

견딜 수 없네 정현종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견딜수 없네』,( 2003, 시와시학사) ○작가 소개 鄭玄宗은 물질화된 사회 속에서 매몰되어 가는 인간의 순수한 영혼에 대해 노래하며, 아픈 사람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시인. 1939년 12월 17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3세 때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경기도 고양군 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