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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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타는 목마름으로 2

황토/ 김지하

대학시절 김지하는 우리들에게 영웅이자 투사였다. 세대가 확연히 다른 1941년생이였지만 그는 20대에 4.19와 5.16을 직접 몸으로 겪고 그 시대의 굴곡진 현대사와 생명이라는 존재의 펄덕거림과 피끓음을 시(글)을 통해 이야기했다. 그런 그의 활화산같이 뜨겁고 황톳길 같은 시는 눈물겹고 척박한, 거칠고 불안한 삶의 한 가운데서 끝내 살아가야하고 살아야만하는 우리들을 대변하는 하는 듯 했다. 대학시절 우리는 민주화와 광주 사태에 대한 무기력한 분노와 참담함으로 교내 데모나 흉내내는 정도였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답답함과 운동권은 아니였지만 시대에 대한 젊음의 무기력한 부채의식과 절망감으로 모두 힘들어했다. 캠퍼스 안에서 수업을 거부하고 교문 밖으로 나가보려는 학생들의 분위기에 각 학과의 교수들은 전..

책 이야기 2023.08.09

벽(김지하 시인, 1941~)

벽 김지하 벽 그것 뿐 있는 것은 그것 하나 살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직 하나 벽 그것뿐 내 마음에 내 몸에 몸 둘레에 너와 나 사이 모든 우리들 사이 벽 다시 벽 네 이름을 쓰는 네 그리움을 눌러서 쓰는 벽 붉은 벽 옛날 훗날 꿈길도 헛것도 아닌 바로 지금 여기 내 마음이 네 가슴속에 녜 몸속에 내 살덩이가 파고들어 파고들어 끝없이 파고들어 기어이 본디는 하나임이 화안이 드러나 열리는 자유, 열리는 눈부신 빛무리 속의 아침바다 그것을 손톱으로 쓰는 그것을 흐느낌으로 우리가 쓰는 온몸으로 매일 쓰는 벽 네 이름을 쓰는 내 그리움을 눌러서 쓰는 벽 그것은 이미 우리 앞에 없다 - 『유심』, 2015년 6월호에 수록 (p34~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