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혼자 가는 먼 집 2

문장의 방문/ 허수경

문장의 방문 허수경 아직 아무도 방문해보지 않은 문장의 방문을 문득 받는 시인은 얼마나 외로울까, 문득 차 안에서 문득 신호등을 건너다가 문득 아침 커피를 마시려 동전을 기계 속으로 밀어넣다가 문장의 방문을 받는 시인은 얼마나 황당할까? 아주 어린 시절 헤어진 연인의 뒷덜미를 짧은 골목에서 본 것처럼 화장하는 법을 잊어버린 가난한 연인이 절임 반찬을 파는 가게 등불 밑에 서서 문득, 그 문장의 방문을 받는 시인은 얼마나 아릴까? 가는 고둥의 살을 빼어 먹다가 텅 빈 고둥 껍질 속에서 기어나오는 철근 마디로만 남은 피난민 거주지 다시 솟아 오르는 폭탄을 보다가 문득, 문장의 방문을 받는 시인은 얼마나 쓰라릴까, 혹은 부드러운 바위를 베고 아이야 잘자라, 라는 노래를 하고 있던 고대 샤먼이 통곡의 거리로 들..

포도나무를 태우며/ 허수경

포도나무를 태우며 허수경 서는 것과 앉는 것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까 삶과 죽음의 사이는 어떻습니까 어느 해 포도나무는 숨을 멈추었습니다 사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살았습니다 우리는 건강보험도 없이 늙었습니다 너덜너덜 목 없는 빨래처럼 말라갔습니다 알아볼 수 있어 너무나 사무치던 몇몇 얼굴이 우리의 시간이었습니까 내가 당신을 죽였다면 나는 살이있습니까 어느 날 창공을 올려다보면서 터뜨릴 울분이 아직도 있습니까 그림자를 뒤에 두고 상처뿐인 발이 혼자 가고 있는 걸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어봅니다 포도나무의 시간은 포도나무가 생기기 전에도 있었습니까 그 시간을 우리는 포도나무가 생기기 전의 시간이라 부릅니까 지금 타들어가는 포도나무의 시간은 무엇으로 불립니까 정거장에서 이별을 하던 두 별 사이에도 죽음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