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방문 허수경 아직 아무도 방문해보지 않은 문장의 방문을 문득 받는 시인은 얼마나 외로울까, 문득 차 안에서 문득 신호등을 건너다가 문득 아침 커피를 마시려 동전을 기계 속으로 밀어넣다가 문장의 방문을 받는 시인은 얼마나 황당할까? 아주 어린 시절 헤어진 연인의 뒷덜미를 짧은 골목에서 본 것처럼 화장하는 법을 잊어버린 가난한 연인이 절임 반찬을 파는 가게 등불 밑에 서서 문득, 그 문장의 방문을 받는 시인은 얼마나 아릴까? 가는 고둥의 살을 빼어 먹다가 텅 빈 고둥 껍질 속에서 기어나오는 철근 마디로만 남은 피난민 거주지 다시 솟아 오르는 폭탄을 보다가 문득, 문장의 방문을 받는 시인은 얼마나 쓰라릴까, 혹은 부드러운 바위를 베고 아이야 잘자라, 라는 노래를 하고 있던 고대 샤먼이 통곡의 거리로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