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김지하는 우리들에게 영웅이자 투사였다. 세대가 확연히 다른 1941년생이였지만 그는 20대에 4.19와 5.16을 직접 몸으로 겪고 그 시대의 굴곡진 현대사와 생명이라는 존재의 펄덕거림과 피끓음을 시(글)을 통해 이야기했다. 그런 그의 활화산같이 뜨겁고 황톳길 같은 시는 눈물겹고 척박한, 거칠고 불안한 삶의 한 가운데서 끝내 살아가야하고 살아야만하는 우리들을 대변하는 하는 듯 했다. 대학시절 우리는 민주화와 광주 사태에 대한 무기력한 분노와 참담함으로 교내 데모나 흉내내는 정도였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답답함과 운동권은 아니였지만 시대에 대한 젊음의 무기력한 부채의식과 절망감으로 모두 힘들어했다. 캠퍼스 안에서 수업을 거부하고 교문 밖으로 나가보려는 학생들의 분위기에 각 학과의 교수들은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