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고아, 시간의 낙과, 우주의 난민 -허수경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를 중심으로 [신춘문예-문학평론] 당선소감-육호수 심사평-김주연 문학평론가 허수경의 마지막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까지의 긴 여로를 몇 줄의 문장으로 요약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시의 시작점이자 모어였던 진주를 고향이라는 그리움에게 물려줄 때까지, 전 세계의 폐허를 전전하며 발굴해낸 무수한 고향들을 다시 자연이라는 아득함에게 돌려줄 때까지, 허수경은 지난한 시적 변모의 과정을 감행해 왔다. 제1시집 당시, 동시대 독자에게 ‘주모적 여성’으로 이해될 때 모두 해명되지 않던 “아낙들의 눈물”(「남강시편3」)이 제5시집에서 “나의 어머니는 꼬치구이였다”(「카라쿨양의 에세이」)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13페이지의 장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