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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이야기

고흐와 고갱의 의자

금동원(琴東媛) 2015. 2. 8. 12:52

 

고흐의 의자, 고갱의 의자

 

 

 

 

 

 고흐의 의자

 

 

고갱의 의자

 

 

“최근에 그린 두 점의 습작이 가장 이상하다고 할 수 있어. 30사이즈의 캔버스에 그린 그림들인데, 하나는 빨간 타일 위에 노란 나무의자를 그린 거고, 다른 하나는 붉은 벽과 녹색 바닥에 놓인 고갱의 팔걸이의자를 그린 것으로 그 의자 위에는 두 권의 소설책과 초가 놓여 있어. 이 그림들은 얇은 캔버스에 두꺼운 임파스토로 그린 거지.”_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임파스토(impasto) : 붓이나 팔레트나이프, 또는 손가락을 사용하여 유화물감을 칠하거나 직접 물감을 짜 바르는 듯이 그림을 그리는 것. 어원은 ‘반죽된’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1888년 말 고흐와 고갱이 남프랑스 아를에서 두 달 동안 함께 지내다 다투고 헤어질 무렵 고흐가 그린 의자 그림 둘. 이 두 그림에 대해서는 많은 해석이 있습니다.

두 의자에는 인물이 앉아 있진 않지만, 인물의 존재가 넌지시 드러나 보이며, 사물이 인격을 지닌 사람처럼 버티고 있습니다. 고흐는 자신이 즐겨 앉는 나무의자와 고갱이 즐겨 앉는 팔걸이의자를 의인화하여 두 사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던 것이죠.

고흐와 고갱의 성품이 다르듯이 그들이 앉던 의자 또한 형태가 다릅니다.

 

고흐의 의자는 매우 단순하고 소박한 모양으로 시골 농가에서 주로 쓰는 밀짚과 나무로 만든 의자인 데 비해 고갱의 의자는 우아하고 화려한 안락의자입니다. 이는 고흐 자신은 자연에 정착한 농민 화가이고, 고갱은 한때 증권거래소에서 일하면서 화려한 아파트에서 살았던 세속적인 멋쟁이 화가였음을 빗댄 것입니다.

빈센트는 자신을 낮으로, 고갱을 밤으로 은유했습니다. 고흐는 붉은색 타일 위 벽 가까이 있는 노란색 의자를 자신으로 상징하여 낮의 조명을 받는 의자로 표현했고, 고갱의 의자는 가스등의 조명을 받고 있어 밤을 상징하며 무엇보다도 ‘밤의 카페’ 천장에 사용한 녹색으로 벽을 칠해 고갱을 복잡하고 열정이 강한 인물로 표현했습니다.

이렇듯 두 그림의 빛은 완전히 다릅니다. 하나는 차가운 분위기를, 다른 하나는 따뜻한 분위기를 줍니다. 빛이 반사되는 방법과 방향도 다릅니다. 이는 두 작가가 풍경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또한 두 의자는 그림을 그리는 두 가지 상반된 방식을 보여줍니다. 하나는 즉흥적이며 실물을 직접 보고 그린 그림이고, 다른 하나는 상상과 기억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몇 가지 더 두 그림이 다른 점을 찾아볼까요.

고흐의 의자 위에는 주인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것을 암시하는 담배파이프가 있고, 고갱의 의자 위에는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을 암시하는 책 두 권과 불이 켜진 초가 있다.

고흐의 의자는 팔걸이가 없고, 고갱의 의자는 팔걸이가 있다.

두 의자는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고흐의 의자에 고갱을 앉혀 봅니다. 또는 고갱의 의자에 고흐를 앉혀 봅니다. 그러나 고갱의 의자에 앉아 있는 고흐를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고흐의 의자에 앉아 있는 고갱을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들 각자의 의자가 있는 것입니다. 베드로와 바오로가 함께 있지 못했던 것처럼, 각자 뛰어났던 고흐와 고갱 두 사람, 상대방의 의자에 앉을 수 없었고, 함께 할 수도 없었던 것이겠죠(라라와복래)

 

 

 

빈센트의 파이프가 놓인 의자

 

Vincent's Chair with His Pipe

1888년 12월, 아를, 캔버스에 유채, 93x73.5 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고흐의 자화상

 

 

고갱의 팔걸이의자

Paul Gaugin's Armchair

1888년 12월, 아를, 캔버스에 유채, 90.5x72.5cm, 암스테르담 반고흐 미술관

 

 

                                                                                                                                             고갱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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