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학자 187명 “아베 ‘위안부’ 반성 행동 보여라” 성명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ㆍ일 우파 주장 조목조목 반박 “과거 잘못 제대로 규명”
ㆍ“위안부, 민족주의적 활용 안돼”… 한·중 학자는 배제
세계 9개국의 역사학자 187명이 5일 성명을 내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 성명은 외교 경로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도 직접 전달됐다. 성명 서명자들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싱가포르, 일본 대학의 일본사 전공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일본은 연구 지역일 뿐만 아니라 제2의 고향’이라 할 정도로 일본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들이다.
알렉시스 더든·존 다우어·개번 매코맥·브루스 커밍스(왼쪽부터)
이들은 우선 여성 인권이 본질인 위안부 문제가 한국, 중국 내에서 민족주의적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 문제는 한국, 중국, 일본 내의 민족주의적 비난으로 너무나 왜곡돼 많은 학자, 언론인, 정치인들이 역사적 사실 추구라는 기본적인 목표를 시야에서 놓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들은 한국, 중국 학자들을 서명에서 최대한 배제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이 일본 우파들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부인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위안부 여성들에게 일어난 일을 부정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치부하는 것 역시 수용할 수 없다”며 “수많은 20세기 전시하 성폭력과 군대 성매매 사례들 중 위안부 제도는 그 규모와 군대에 의한 조직적 관리, 젊고 가난하고 취약한 여성들을 착취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조직적 동원 기록이 없다거나, 위안부의 숫자가 과장되었다거나, 군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등 일본 우파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일본 정부가 특정한 용어에 대한 법률적 주장에 초점을 맞추거나 피해자들의 증언을 반박하기 위해 동떨어진 문서들을 동원하는 것은 위안부들에 대한 잔인함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놓치고 그들을 착취한 비인간적 제도라는 큰 맥락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베 총리가 최근 미 의회 합동연설에서 보편적인 인권의 가치, 인간 안보의 중요성, 일본이 다른 나라들에 가한 고통을 직면하겠다고 말한 점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이제 이 모든 말들을 대담하게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또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언급하며 “이 세대는 우리가 물려줄 과거의 기록과 함께 살 것이다. 이들이 성폭력과 인신매매에서 자유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을 돕고, 아시아의 평화와 우정을 증진하기 위해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최대한, 그리고 편견 없이 규명해서 넘겨줘야 한다”고 성명을 맺었다.
‘일본 내 역사학자들을 지지하는 공개서한’이라는 제목의 이 성명에는 미국의 일본사 권위자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패배를 껴안고>의 저자 존 다우어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 탈식민주의 역사학자 프라신지트 두아라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일본, 허울뿐인 풍요>의 저자 개번 매코맥 호주국립대 교수, <한국전쟁의 기원>의 저자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명예교수 등 유명 학자들이 참여했다. 성명을 주도한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경향신문에 “이렇게 활발하고 다양한 학자들이 대거 참여할 줄 몰랐다”며 “이러한 학자 커뮤니티에 속한 것이 감사하며 이번 성명으로 일본 내 동료 학자들도 함께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계 학자 187명 성명(영어 원문)
세계 학자 187명 성명(일어 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5061712541&code=9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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