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문화예술 이야기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금동원(琴東媛) 2015. 7. 1. 23:00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8년만에 고국서 개인전>

-아르헨티나 이민, 부에노스아이레스엔 작가 이름딴 독립미술관 

 

 

김윤신 작가

 

 

"전시 중에도 나는 몸을 움직여 작업을 하고 싶다."

톱질하며, 끌로 다듬고, 쉼 없이 붓질해 온 60년. 올해로 팔순인 작가의 두 손은 거칠고 뭉툭했다. 노동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러나 표정은 호기심 가득한 소녀였다. 부지런히 몸을 쓰며 작업을 해와서일까. 그에게서 젊은 기운이 느껴졌다. 예술에 대한 열정은, 오랜 세월에도 식을 줄 몰랐다.

우리나라 1세대 여성 조각가로 꼽히는 김윤신 작가(80). 30년 전 화단에서 유명세를 떨쳤지만 교수직을 던지고 홀연히 아르헨티나로 떠난 그가 8년 만에 국내 개인전을 열었다. 그동안 아르헨티나를 비롯, 미국, 멕시코, 프랑스, 일본, 브라질, 중국 등지에서 연 전시를 합하면 이번이 서른 세번째 개인전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그의 60년 화업을 고국에 보여주는 회고전이기도 하다.

전시장에는 작가 특유의 도상과 이미지를 담은 나무ㆍ돌 조각과 캔버스 그림들이 70여점 비치돼 있다. 가톨릭 신자인 작가가 새긴 십자가 모양의 돌조각부터, 소원을 비는 '돌쌓기', 전통건축의 끼어맞춤 공법, 남미 인디언의 토템 문양 등을 상징하는 목조각 그리고 조각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살린 추상화 등이다. 작가는 특히 '돌쌓기' 형상에 대해 "독립운동가였던 오빠를 위해 어머니께서 늘 장독대 주변에 돌을 하나씩 쌓아올리면서 기도하는 모습을 어릴 적부터 익히 봐 왔다. 그 모습이 굉장히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며 "인간이 무언가를 염원하는 모습을 그렇게 작품에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작가의 오빠는 김구 선생을 보좌했던 독립군 출신 2성 장군인 김국주 전 광복회장(91)이다.

작품의 재료가 되는 나무와 돌은 남미지역에서 나온 것들로, 브라질산 청색 준보석과 멕시코산 흰색 오닉스, 물에 가라앉을 정도로 무거운 나무인 아르헨티나산 '팔로산토' 등이다. 이런 재료들은 작가가 아르헨티나로 이민갈 결심을 하게 만든 이유기도 하다. 그는 1983년 말 남미 여행 중 광활한 땅과 푸른 초원, 나무와 돌에 매료돼 아르헨티나로 떠나 그곳에서 생활하며 완전히 새롭게 작가로 기반을 다져나갔다. 작가는 "처음 아르헨티나를 갔을 당시, 좋은 재료들을 발견하고는 당장 작업해서 전시를 하고 싶은 의욕이 일었다. 현지 주한대사관에 이를 알렸고, 도움을 얻어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개최를 승인 받은 게 첫 인연이 됐다"고 했다. 

 

'작가와 교수'라는 한국에서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그는 그곳에서 오로지 오브제인 나무와 돌을 마주한 채 예술가로서 삶을 택했다. "예술을 하려면 나머지 것들은 포기해야 했다." 타지에서 예술가로 생활하는 일은 훨씬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 2008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윤신 미술관'이 개관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한국 작가의 독립미술관이 운영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 미술관 개관에는 그동안 현지에서 동고동락해 온 김란 미술관장(58) 등 그의 제자들과 작품을 구입해 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인 교민들이 큰 힘이 됐다.

전시는 다음달 8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원미술관.02-588-5642

[아시아경제]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