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 시도에 대해 올해 초 세계 역사학자들의 비판 성명을 주도했던 알렉시스 더든(46) 미국 코네티컷대학 교수는 한-일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역사 문제와 관련한 정치적 합의를 놓고 ‘최종적’ 해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더든 교수는 28일(현지시각)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역사 문제는 무역 협상이나 핵무기 시스템 협상과는 아주 다른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양국 정부가 이번 합의를 놓고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한 것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더든 교수는 또 이번 한-일간 합의에서 위안부 소녀상(평화비) 이전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웃기는 얘기”라며 “한국을 식민지화하고 지배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사람들의 동상이 일본 도처에 있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철거하라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소녀상은 잔인함을 당했던 수많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세운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수용해서도 안되고 일본 정부가 요구해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든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역사를 역사로만 바라볼 수 있게 된 운좋은 우리들이 피해자들에게 ‘이 정도면 됐어’라고 얘기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밝혀, 합의안이 위안부 할머니들이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역사, 이번 합의에 대한 우려, 다른 결과물을 바라는 희망 등과 관련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럴 때만이 한국뿐 아니라, 중국이나 대만, 필리핀, 미얀마, 네덜란드 등 일본 제국주의 시대 때의 모든 지역 피해자들에게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정들이 “정책 입안 과정과는 똑같지 않지만, 한 사회의 응집력을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한겨레[사설] ‘소녀상’ 처지 닮아가는 위안부 할머니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제1211차 수요집회가 열렸다. 1992년 1월8일에 시작돼 24년 가까운 세월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계속해온 집회다. 그러나 그 기나긴 세월의 싸움의 결과는 참으로 허무하다. 한·일 양국이 발표한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결과는 할머니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주기는커녕 커다란 돌덩어리를 하나 더 얹어 버렸다. “정부당국이 피해자들을 두번 세번 죽이고 있다.” 집회에서 터져나온 할머니들의 눈물 젖은 절규와 분노는 대다수 국민의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의 ‘불통’은 위안부 문제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만약 협상 타결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 협상의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하고 충심으로 양해를 구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하지만 이런 가정은 무의미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은 고사하고 이 정부의 어느 누구도 사전에 할머니들을 만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정작 피해자들은 철저히 배제해버린 것이다.
정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연휴 기간에 협상이 급진전되는 바람에 충분히 설명할 여유가 없었다”(임성남 외교부 1차관)고 변명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그 기나긴 세월을 피 흘리며 싸워온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고작 ‘연휴 사흘’을 변명이랍시고 들이대는 것이 이 정부 관료들의 사고 구조다. 사실 이 정부 사람들에게는 애초부터 피해자들은 안중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는 할머니들한테는 한마디 귀띔조차 해주지 않고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따위의 문구에 합의할 수는 결코 없는 법이다.
그동안 일본의 우익단체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해 “돈에 미쳐 있다”는 따위의 입에 담기 힘든 욕설로 깊은 모욕과 상처를 주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정부는 할머니들에게 일본 쪽의 하나 마나 한 사과에 만족하고 대신 ‘돈’을 받고 그냥 물러서라고 종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것은 정부가 내세우는 명예회복이 아니라 오히려 명예에 먹칠을 하는 꼴임을 정부는 전혀 모르는 듯하다.
이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집회 광경을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는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소녀상은 점차 애물단지가 돼가는 듯하다. 할머니들의 신세도 그 소녀를 닮아가는 것만 같은 슬픈 현실이다. http://www.hani.co.kr
“역사문제, 무역처럼 협상하면 안돼”
더든 미 코네티컷대 교수 강조
“소녀상 이전하란 건 웃기는 얘기
일, 식민관료 동상 치우라면 치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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