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역/ 민음사/ 원제: A Room of one's Own/ Three Guineas
책 소개
케임브리지 대학교 내 여자대학인 거턴과 뉴넘에서의 강연을 위해 ‘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한 울프는 강연 발표문의 내용을 발전시켜「자기만의 방」에서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에밀리 브론테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고찰하고, 그들이 제한된 경험과 인습적 통제로 뒤틀린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발견한다. 그것은 여성 작가들을 문학사 안에 위치시킨 최초의 시도이자 성을 중심으로 문학적 유산을 논의한 최초의 이론서라는 역사적 의의를 넘어 여러 페미니즘 비평의 다양한 관심사를 아우르는 여성 문학 비평의 정전이 되었다.
그러나 이 글이 출간된 당시 이 에세이에 대한 평가를 보면 “다른 이들의 작품에 대한 유쾌한 잡담”이라든가 “섬세하고 변덕스러운 문체”라고 칭하는 등 정치적 주장이 아닌 가벼운 문학적 한담으로 치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1970년대에 이르러 울프를 ‘재발견’함과 동시에 페미니즘 문학 비평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울프의 위상은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다. 현재 울프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Adeline Virginia Woolf (1884~1941)
위대한 소설가이자 비평가로, 문학사에서 페미니즘과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20세기 주요 작가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영국, 빅토리아 시대 풍의 관습, 자유주의와 지성이 적절하게 혼합된 단란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인 레슬리 스티븐 경은 빅토리아 시대의 저명한 평론가·전기작가·학자로 『18세기 영국 사상사』의 저자이자 『국제 전기 사전』의 편집자였다. 그녀의 어머니 줄리아는 소문난 미인이자 문학계의 안주인으로 스티븐 가문을 이끌었다. 특히 버지니아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버지의 교육이었는데, 그녀는 감성적으로 읽는 법과 훌륭한 글을 감상하는 법을 아버지에게서 배웠으며 세인트 에이브스의 별장에서 보낸 어릴 때의 여름철 경험이 그녀와 바다를 밀접하게 만들었다.
부모가 죽은 뒤로는 남동생 에이드리언을 중심으로, 케임브리지 출신의 학자 ·문인 ·비평가들이 그녀의 집에 모여 '블룸즈버리그룹'이라고 하는 지적 집단을 만들었으며, 리튼 스트레치, 로저 프라이,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던컨 그랜트, J.M. 케인즈, 데스먼드 매카시 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미술, 문학, 인생, 정치, 경제, 그 밖의 모든 문제를 논하고 사상을 연마했다. 1905년부터는 『타임스』지(紙) 등에 문예비평을 써 왔고, 1912년 정치평론가인 L.S.울프와 결혼하였다.
1915년 처녀작 『출항』을, 1919년에는 『밤과 낮』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다 같이 전통적 소설형식을 따랐으나 1922년에 나온 『제이콥의 방』에서는 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과 주위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주는 인상을 대조시켜 그린 새로운 소설형식을 시도하였다. 이와 같은 수법을 보다 더 완숙시킨 작품이 『댈러웨이 부인』(1925)이었다. 그 사이 평론 『현대소설론』(1919)과 『베넷씨와 브라운 부인』(1924)에서는 또 새로운 실험적 소설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논하고,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진실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1927년에는 소녀시절의 원체험(原體驗)의 서정적 승화라고도 할 수 있는 『등대로』를 발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간 심리의 가장 깊은 곳까지를 추구하며 시간과 '진실'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제시하였다. 친구 S.웨스트의 전기 『올랜도 Orlando』(1928)는 그와 같은 수법의 좋은 예이다. 1931년에 발표한 『물결 The Waves』은 소설이라기보다 시에 가까우며 그녀의 사상의 궁극과 한계를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그 후에 발표한 『세월』(1937) 『막간 Between the Acts』(1941)에서는 또다시 전통적인 수법으로 돌아갔다.
이 밖에 문예평론집에 『일반독자 The Common Reader』(2권, 1925∼1932), 여성론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1929) 등이 있다. 1941년 3월 28일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기고 우즈강에 투신 자살하였다. 원인은 소녀시절부터의 심한 신경증이 재발한 데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보, 나는 내가 다시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우리가 또다시 그러한 지독한 시간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다시 건강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 당신은 놀라울 정도로 나를 참아냈고, 나에게 너무나 잘해주셨습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군요. 누군가 나를 구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당신이었을 겁니다. 당신의 호의에 대한 확신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이 나를 떠났습니다. 나는 당신의 인생을 더 이상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두 사람도 우리들보다 더 행복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자기만의 방』과 『3기니』등은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재평가되면서 울프의 저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따. 특히 그녀의 작품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수십년이 흐름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출판사 리뷰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는 묻는다. 왜 언제나 남성들만이 권력과 부와 명성을 가지는가. 여성은 아이들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데. 그리고 주장한다. 만약 여성이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만 찾을 수 있다면 미래에는 여성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으리라. 그 두 개의 열쇠는 바로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다.
'자기만의 방'은 강연 주제인 ‘여성과 픽션’의 의미에 대한 고찰로 시작한다. 여기서 울프는 ‘픽션’이라는 개념을 여성이 어떠한 존재인가, 여성이 쓴 픽션, 그리고 여성에 관해 쓰인 픽션으로 분류하고, 이후의 각 장에서 이 세 가지 개념의 역사적 의미를 고찰하며 성과 글쓰기에 관한 사유를 발전시킨다. 하지만 글의 초반부터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 즉 독자적인 수입과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이 에세이는 그 결론에 이러게 된 사고의 궤적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독자들이 상상의 경험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울프는 19세기 말에 세워진 여자대학의 정찬이 중세에 설립된 남자대학의 오찬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없음을 들어, 그 풍요와 빈곤의 차이가 양성에 있어서의 부의 불공평한 분배를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대학이 여성을 배제해 온 역사적 사실과 맞물려 여성이 고등교육의 혜택에서 얼마나 오래 배제되어 왔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여기에서 울프는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물적 토대가 얼마나 취약하기 짝이 없는가를 지적하며, 이 글 전체의 결론, 즉 여성이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먼저 내놓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성의 창조성이 가난에도 억압에도 얽매이지 않을 미래
양성이 조화를 이룬 인간적인 시대에 대한 갈망
울프는 여성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대영박물관을 찾지만, 거기서 발견한 것은 “여성이 아니라는 사실 이외에는 아무런 자격도 없는” 남성들이 여성에 관해 무수히 많은 책을 썼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랍게도 그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남성의 활동은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치부함으로써 얻은 자신감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발견한다.
어느 성(性)에게나 삶은 힘들고 어려운 영속적인 투쟁입니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용기와 힘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우리같이 환상을 지닌 피조물에겐 그것은 아마 다른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필요로 할 겁니다. 자신감이 없다면 우리는 요람에 누운 아기와 마찬가지이지요. 이 측정할 수 없이 가벼운, 그러나 무한한 가치가 있는 자질을 어떻게 해야 가장 신속하게 획득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함으로써 가능하겠지요.… 그러므로 통치해야 하고 정복해야 할 가장에게 있어서 다수의 사람들, 사실 인류의 절반이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느끼는 것은 막대한 중요성을 가질 겁니다.
여성은 지금까지 수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실제 크기의 두 배로 확대 반사하는 유쾌한 마력을 지닌 거울 노릇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글 쓰는 법을 배웠는지, 자기만의 방이 있었는지, 스물한 살이 되기 전에 아이를 낳은 여자는 얼마나 되었는지, 간단히 말해 그들이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무엇을 했는지”를 알기 위해 책들을 뒤지지만, 어디서도 그에 대한 기록을 찾지 못한다. 그리하여 결국 셰익스피어에게 주디스라는 누이가 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상상으로 구성하기에 이른다. 그 상상 속에서 주디스는 글을 쓸 재능이 있었음에도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한 채 젊어서 죽어 코끼리 동물원 맞은편의 버스정류장에 묻힌다. 이러한 상황은 19세기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였다. 제인 오스틴과 에밀리 브론테를 제외하면 19세기의 여성 작가들도 문 안에 갇혀 분노와 경련으로 뒤틀린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배적인 남성적 가치에 순응함으로써,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 글쓰기의 전통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들의 작품은 결함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울프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여성으로서” 글을 써야 분노와 항의로 얼룩지지 않은 글쓰기가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내놓는다. 이는 두 성이 화합해야 한다는 즉, 남성성과 여성성이 융합된 양성적 마음을 가질 때라야 비로소 마음의 온 기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여성 안의 남성성을, 그리고 남성 안의 여성성을 억압하지 않은 ‘자신’을 찾는 것과 같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나는 남성의 동료라든가 남성과 대등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고귀한 감정을 찾을 수 없고 더 높은 목적을 위해 세상에 영향을 끼치려는 생각도 없습니다.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인간의 외적 물적 환경은 인간 정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페미니즘 비평을 넘어선 진지한 문명 비판
「자기만의 방」에서 암시된 아웃사이더로서 여성의 위상, 소유욕과 경쟁을 부채질하는 대학 교육과 전문직, 여성 억압과 자본주의적?제국주의적 기획 및 전쟁과의 관련성, 가부장제 사회의 문명 결핍 등은 「3기니」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면서 가부장제 문화에 대한 대안 제시로 이어진다. 이미 『자기만의 방』에서 하나의 성이 지배하는 문화가 얼마나 자아를 억압하는지를 폭로하며 양성이 고루 조화를 이룬 문명의 도래를 희망했던 울프는 「3기니」에서 여성을 소외시켰던 역사가 도리어 여성들의 정치적,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해 주었다고 주장한다. 소외되고 억압되었던 아웃사이더들이 파시즘과 전쟁에 대립하는 정신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에세이는 전쟁을 방지하고 “문화와 지적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방법을 문의한 변호사의 편지와 여자대학 재건 기금을 요청하는 편지, 여성의 전문직 진출을 원조하려는 협회의 기금 요청 편지에 답변하는 세 겹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일견 서로 무관한 듯 보이는 이 세 가지 사안이 실은 평화의 증진이라는 대의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면서 울프는 세 단체에 각각 1기니씩 보내기로 결정한다. 이 에세이는 바로 이러한 결정에 이르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울프는 평화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여성의 고등교육과 전문직 진출이 필수적인 전제 조건임을 역설한다.
가부장제와 제국주의 및 파시즘은 그 바탕에 여성에 대한 억압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일맥상통한다. 가부장적인 대학 문화는 남성을 자기 권리에 대단히 민감하고 자신의 특권을 남들과 나누지 않으려는 배타적 인간, 더욱이 그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무력을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인간으로 만들었고, 이는 경쟁적이고 호전적이며 비타협적인 문화를 유포했다. 따라서 울프는 사회의 아웃사이더였던 여성을 대학 안에 진입시켜 대안적인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나날의 일상에서 가부장주의와 파시즘으로 대표되는 독재에 저항해 온 전문직 여성들의 모습을 들며, 여성의 전문직 진출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자기만의 방』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주장들은 남성과 여성의 대결 국면을 조장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 정신이 경계를 넘어서 다양성으로부터 통합성을 만들 수 있는’ 시대를 지향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 울프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단지 여성의 권리 문제에 머물지 않고, 가부장적 가치와 자본주의 및 파시즘을 비롯한 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으며, 인간 삶의 내적, 외적 세계를 아우르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생명을 발견하는 총체적 비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독자리뷰]홀로 나아가 강렬한 삶에 직면하라
난나나 | 2008-10-02-http:// blog. yes24.com/ document/1103918
작년 여름 천변을 걷다가 발목을 접질려 눅눅한 장마와 염천 더위를 방구석에서 날 수밖에 없었던 때,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은 무엇보다 두꺼워서 반가운 책이었다. 손에 계곡물이며 바닷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지나온 올 여름엔 더 두꺼운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와 함께했다. 중학교 때 미처 읽고 넘어오지 못한 고전을 틈틈이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조경란의
『풍선의 샀어』
, 여기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
라는 단편소설을 발견했다.
“나의 책. 아직 씌어지진 않았지만 이렇게 읊조릴 때마다 안도가 되는 것을 느낀다. 내가 만약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그냥 빈 종이로만 남을 것이다.”
나는 이제 그간의 우연한 과정을 거쳐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러
『자기만의 방』
으로 들어섰다.
“그 교수가 여성의 열등함에 대해 좀 지나치게 힘주어 주장했을 때 어쩌면 그는 여성의 열등함보다는 자기 자신의 우월함이 손상되지나 않을까 더 염려하고 있었을 겁니다.”, “여성은 지금까지 수 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실제 크기의 두 배로 확대 반사하는 유쾌한 마력을 지닌 거울 노릇을 해왔습니다.”, “창조적 예술이 이루어질 수 있으려면 먼저 마음속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이 협력해야 합니다.”
그녀의 강연에는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도 있었으며, 누구보다 예민하고 지적인 그녀 자신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가 케임브리지 대학교 내 여자대학인 거턴과 뉴넘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쓴 발표문을 발전시켜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과 당대 현실을 밀도 있게 고찰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것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문학사 안에서 다룬 최초의 시도였다. 부와 권력을 차지한 남성들과 달리 아이들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 여성이 자유를 얻으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진지하고도 유쾌하게 펼쳐진다.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들을 끊임없이 독려한다.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이렇듯 그녀는 여성 스스로 세상의 덮개를 걷어내고 더욱 강렬한 삶으로 나설 것을 당부한다. 많은 여성들이 직업(돈)과 방을 갖고 있는 현실이지만 여전히 버지니아 울프의 주장들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목표가 뚜렷하다고 해도 이상의 정점과 현실의 종착역이 일치하라는 법은 없다. 결국 스스로 길을 닦아야 내 뒤로 길이 나고, 그 길이 앞으로 이어지는 동시에 ‘빈 종이’를 넘어선 ‘나의 책’으로 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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