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영화 이야기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금동원(琴東媛) 2016. 5. 27. 07:26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감독:압델라티프 케시시/ 배우: 레아 세이두, 아델 엑스코풀로스

179분/드라마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201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2015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루니 마라) 수상작 ‘캐롤’은 레즈비언 로맨스이면서 동시에 성장영화다. 그리고 20대 전후의 여성이 다른 계급의 상대와 사랑에 빠지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원제목은 ‘아델의 삶:1장과 2장’이다. 여고생 아델(아델 엑사르코풀로스)은 극초반부에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남학생과의 키스에 별다른 느낌이 없었던 반면, 여학생과의 입맞춤은 또 다른 욕망을 불러 일으켰다. 수업시간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배우는데, 그때 교사는 “비극은 막을수도 피할수도 없는 것이지만 본질에 가닿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까지가 아델의 삶 0장이다.  

   1장에서 그는 파란 머리의 엠마(레아 세이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강도 높은 베드신이 내내 펼쳐지는데, 그것은 그만큼 욕망에 충실하려는 두 여인의 내면을 보여주는 장치다. 유독 아델의 입술이 도드라지게 강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계급 장벽이 놓여 있었다. 아델이 노동계층인 반면, 엠마는 엘리트 계층이다. 먹는 음식에서 미래의 꿈에 이르기까지 둘은 달랐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에 따르면, 사람들은 각자의 아비투스를 체화하며 살아간다. 아비투스란 특정계급을 다른 계급과 구별짓는 집단적 관행이나 행동양식을 일컫는다. 계급의 정체성을 인정하게 만드는 사회적 원리다.

   1장에서 사랑의 시작과 이별의 징후가 공존했다면, 2장은 결별의 파국을 다룬다. 엠마는 아비투스가 다른 아델과 더 이상 같이 살고 싶지 않았다. 사회적 차이는, 때론 건널 수 없는 간극이다.

   아델은 사랑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지 않았다. 유치원 교사의 직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취미를 갖고 있는 ‘나’라는 정체성. 엠마는 아델의 변화를 원했지만, 아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개인전을 열고 있는 엠마에게 마지막으로 외면받은 후, 아델은 마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듯이 뚜벅뚜벅 제 갈길을 간다. 이제 3장의 삶이 펼쳐질 것이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 욕망과 현실이 알몸으로 뒹구는, 작가로서의 인장과 야심 (오락성 5 작품성 8)

 

  시놉시스

 

  여느 소녀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 아델(아델 엑스코풀로스)은 빈칸들로 점철된 미래의 답을 찾고 있는 문학소녀다. 피에르 드 마리보의 소설 '마리안의 일생'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아델 앞에 어느 날 파란 머리의 미대생 엠마(레아 세이두)가 나타난다. 단지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스친 인연이지만 그날 이후 아델과 엠마는 서로를 기억하게 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델과 엠마는 서로에게 이끌린다. 엠마는 본능적으로 아델을 자신의 캔버스 안으로 초대하고, 아델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엠마로 인해 이전에는 몰랐던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평온하기만 했던 아델의 삶이 뒤흔들리기 시작하는데...

 

   간단평

 

  사회적 정의라는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일관된 주제의식은 두 여자의 사랑을 다룬 < 가장 따뜻한 색, 블루 > 에서도 사회적 계층의 차이를 통해 여전히 중요하게 묘사된다. 성정체성에 눈을 뜬 소녀가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나누고 이별하는 일련의 과정이 세밀하게 그려지고, 그 속에 주제의식을 내밀하게 녹여내는 방식은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너무나 탐미적이어서 오히려 관조하게 만드는 두 여인의 육체를 담아낸 클로즈업들은 개별 인물의 심리는 물론 사회적 관계에 대한 포괄적인 시선을 견지한다. 감독의 작가로서의 인장과 야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감독의 연출만큼이나 두 여배우의 연기도 인상 깊다. 특히 아델 엑스코풀로스의 입술과 레아 세이두의 눈은 내면의 감정을 때로는 수줍게, 때로는 적나라하게 표출하는 일종의 언어적 도구와도 같아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한 소녀의 성장담으로서도, 한 커플의 사랑이야기로서도, 한 사회의 단면을 성찰하는 텍스트로서도 매혹적인 경험을 선사할 영화다. 

글- 서정환 기자(무비스트)

 

 

https://youtu.be/K3JGxj2rvAs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델마와 루이스 (1991)  (0) 2016.07.02
본 투 비 블루(Born to Be Blue, 2016)  (0) 2016.06.20
세가지 색 : 블루(1993)  (0) 2016.05.24
왕가위 감독 영화OST  (0) 2016.05.18
오래된 정원 (2007)  (0) 2016.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