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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세가지 색 : 블루(1993)

금동원(琴東媛) 2016. 5. 24. 21:24

 

 

세가지 색 : 블루(Three Colors: Blue 1993)

감독;크쥐스토프 키에슬롭스키

출연:줄리엣 비노쉬, 브누아 레정

100분/ 6월2일 개봉

 

 

  거장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의 숨결이 담긴 압도적 걸작!

  베니스 영화제 3관왕 수상!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

 

  <십계>,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세 가지 색> 3부작을 연출한 폴란드 출신의 전설적인 거장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감독의 <세 가지 색 : 블루>는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세 가지 색 ‘블루, 화이트, 레드’를 제목으로 달고 각각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담은 키에슬로브스키의 3부작 시리즈 중 첫번째 작품이다.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푸른색 화면을 배경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촬영과 세계적인 영화 음악가 즈비그뉴 프라이즈너의 음악이 신비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세 가지 색 : 블루>는, 삶의 우연성에 대한 탐구 그리고 치유와 감정의 정화를 내밀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낸 키에슬로브스키 감독의 밀도 높은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풍요로운 메타포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영화 속 장면들은 주인공 줄리 역을 맡은 줄리엣 비노쉬의 강렬하고도 절제된 연기에 의해 더욱 빛을 발한다. 

 

  1993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황금카메라상·여우주연상 등 3관왕을 수상했으며, 1994년 프랑스 세자르 영화상 최우수편집상과 음향상·여우주연상 수상, 1994년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음악상·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 미국 영화정보 사이트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올라 있는 세계 영화사의 걸작이다. 외신들 역시 “부서질듯 섬세하고 사랑스러운 줄리엣 비노쉬의 눈을 뗄 수 없는 연기”(Variety), “미치도록 강렬한 영화”(Reelviews), “보이는 것을 넘어, 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을 전달하는 작품”(Salon.com), “놀랍도록 심미적인 관점에서 그려낸 영혼의 치유”(Washington Post) 등의 찬사를 쏟아내며 그 뛰어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인간 존재의 심연을 관통하는 영화의 섬세한 통찰과 심미적 성취가 돋보이는 <세 가지 색 : 블루>는 키에슬로브스키의 완벽하고 정교한 연출과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영상, 음악, 연기 등 오로지 영화만이 보여 줄 수 있는 경이적인 테크닉과 예술성을 집대성한 세계 영화사의 걸작으로 지금까지도 수많은 씨네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존재의 가치를 구하는 영화언어의 표현주의자!

  영원히 기억될 영화장인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는 동유럽을 대표하는 감독이자 아트필름의 진수를 보여주는 세계 영화사의 거장이다. 1941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동유럽 영화 중흥의 산실인 폴란드 국립 영화학교를 졸업하고, 예리한 심리분석과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영화계에 입문한다. 1988년 <십계>라는 TV영화 시리즈로 주목받았으며, 이 중 두 편은 재편집되어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이란 제목으로 극장에서 상영되었다. 

 

  1991년 두 개의 이데올로기로 나뉜 유럽을 그려낸 <베로니카의 이중생활>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과 촬영상을 수상했으며,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세 가지 색 ‘블루, 화이트, 레드’를 제목으로 달고 각각 자유·평등·박애의 정신을 담은 <세 가지 색> 시리즈로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했다. 그는 <세 가지 색> 시리즈를 끝으로 은퇴하고 1996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키에슬로브스키 감독은 도덕적이고 추상적이며 심오한 문제들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현대적인 관점으로 보여지고, 실생활에 어떻게 합치시킬 수 있는지를 그의 영화 속에서 주로 다뤄왔다. 그의 영화들은 강한 상징성을 담고 있어 독일의 표현주의 영화나 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아방가르드적인 연출을 연상시키며, 모든 해석을 관객 스스로에게 맡기기 때문에 다소 난해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힘있는 연출, 예리한 관찰력과 사물에 대한 정확한 분석, 놀라우리만치 정확한 음향과 음악의 조화, 이미지와 소리의 공감각적 활용 등은 키에슬로브스키만의 독창적인 개성이며 그의 탁월함을 보여주는 요소이다. 

 

  <세 가지 색>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인 <세 가지 색 : 블루>는 삶의 우연성에 대한 탐구, 감정의 정화 그리고 치유를 내밀한 시선으로 그려낸 키에슬로브스키의 밀도 높은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지적이고 심오한 주제의식과 더불어, 밤의 깊은 푸르름과 새벽의 어스름한 푸르름, 수영장의 푸른 물결과 유리알의 푸른 광채 등 블루톤의 신비로운 이미지들은 이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 넣으며 섬세하고 풍부한 감성을 전달한다. 

 

 

  음악을 눈으로 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선사하다!

  현대 영화음악의 위대한 장인, 즈비그뉴 프라이즈너!

 

  <세 가지 색 : 블루>의 영화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즈비그뉴 프라이즈너는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의 음악을 담당했던 마이클 니먼과 함께 현대 유럽 영화음악을 대표하는 양대산맥으로 일컬어졌던 걸출한 영화음악 장인이다. 폴란드의 명문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프라이즈너는 사실상 음악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음악을 독학으로 공부했으며, 학생들에게 자신이 작곡한 곡들을 연주하게 하면서 음악에 깊이 심취하기 시작했다. 

 

  그가 영화음악을 처음 시작한 것은 안토니오 크라우즈 감독의 <깃털예보>였으나, 1981년 폴란드 정부의 계엄령으로 이 영화의 상영이 몇 년 간 지연되는 수난을 겪었다. 이후 영화와 TV 드라마의 음악들을 작곡해오던 프라이즈너는 크라우즈 감독의 소재로 키에슬로브스키 감독과 만나게 된다. 프라이즈너의 영화음악에 대한 천재성을 간파한 키에슬로브스키는 자신의 거의 모든 영화들의 음악을 그에게 맡기기 시작한다. 1988년 <십계>를 시작으로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세 가지 색> 시리즈까지, 키에슬로브스키와 프라이즈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완벽한 콤비를 이루게 된다. 

 

  프라이즈너는 1991년 <베로니카의 이중생활>과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유로파 유로파>의 영화음악을 만들어 영화음악 비평가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으며, <세 가지 색 : 레드>로 프랑스의 아카데미상인 세자르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세 가지 색 : 블루>에서 주인공 줄리가 상처로 물든 과거로부터 벗어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준 매개체는 바로 음악이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음악이 주인공의 감정을 시종일관 대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까닭에 프라이즈너는 시나리오 작업부터 공동 참여를 해왔고, 이러한 노력은 놀라우리만치 정확한 이미지와 음향의 조화를 이뤄내며 수려한 하모니를 연출했다. 고전적 낭만 음악의 호소력있는 선율을 현대 음악의 작곡 기법과 결합하여 웅장하고도 강렬한 형식미를 이끌어낸 키에슬로브스키 영화의 대변자 프라이즈너는, 할리우드 영화음악가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독창적인 스타일과 청각의 이미지화라는 탁월한 재능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음악을 눈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순백의 아름다움과 아우라를 지닌 최고의 배우 줄리엣 비노쉬!

  리즈 시절의 그녀가 펼치는 강렬하고도 절제된 연기!

 

  프랑스 출신 여배우 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줄리엣 비노쉬는 프랑스에서든 영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예술영화에서든 상업영화에서든, 완강한 미니멀리즘과 자연주의를 요구하는 역할이든 구식의 스타성을 요구하는 역할이든 언제나 기복없이 자연스럽고 뛰어난 연기를 펼친다. 연극배우이자 인문학 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그녀는 어려서부터 연기 수업을 받았다. 앙드레 테시네 감독의 <랑데부>를 통해 당시 가장 유망한 신인 여배우로 주목받게 된 줄리엣 비노쉬는 이후 <프라하의 봄>에 캐스팅돼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호흡을 맞추게 된다. 그녀가 확실한 캐릭터를 얻게 된 것은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나쁜 피>와 <퐁네프의 연인들> 덕분이다. 한 감독의 뮤즈 그리고 씨네필로서의 발군의 자질을 유감없이 드러낸 그녀는,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 영화계의 앙팡 테리블로 자리매김한다. 

 

  <세 가지 색 : 블루>와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베니스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각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는 세계적인 여배우로 급부상한 그녀는, 2000년 대에도 라세 할스트롬,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아벨 페라라, 허우 샤오시엔, 미카엘 하네케 등 걸출한 거장들의 영화들을 오가며 빛을 발한다. 길들여지길 거부한 채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에 도전한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그녀가 이 시대 최고의 프랑스 배우란 사실을 증명해준다. 

 

  키에슬로브스키 감독의 <세 가지 색 : 블루>에서 젊은 미망인 역을 맡아 가히 인생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른 배우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만큼 대체불가의 연기를 펼친 줄리엣 비노쉬는, 미묘한 표정 변화와 신체적•정서적 뉘앙스를 통해 무너진 정신이 천천히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탁월하게 묘사했다. 텔레비전을 통해 잔해로 남은 딸의 보석상자를 확인할 때 그녀의 입가는 가늘게 흔들리고, 죽은 남편의 서재로 가는 복도에서는 몸이 흔들린다. 이웃인 루실이 딸의 방에 걸려 있던 푸른색 샹들리에를 만질 때 그녀의 시선은 방어적으로 돌변한다. 줄리엣 비노쉬는 슬픔이 너무 깊어서 울 수도, 심지어 느낄 수도 없는 절망적인 심정을 인위적인 대사 하나 없이, 오로지 섬세한 표정과 몸짓 만으로 전달하며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관객들을 강렬하게 몰입시킨다. 

 

 

  가장 차가운 색으로부터 가장 따뜻한 치유를 그려내다!

  삶과 사랑에 대한 섬세한 통찰이 돋보이는 한편의 시 같은 영화!

 

  주인공 줄리는 상실의 아픔을 경험하게 된다. 남편과 딸의 죽음은 그녀를 절망과 좌절 속에 내던졌고, 자기 혼자만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에서 밀려오는 죄책감은 그녀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줄리는 가족과의 모든 추억들을 정리하고 외면함으로써 자신의 현실을 회피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상실의 상처는 깊어져만 갈 뿐이다. 

  줄리는 자신을 취재하러 온 기자는 물론이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 다른 사람을 피해 도움을 청하고자 자신의 집 문을 두드리던 사람까지 모든 사람들과의 소통을 단절한다. 그렇게 굳게 닫힌 그녀의 마음의 문을 아무렇지 않게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줄리의 아파트에 살던 창녀 루실이다. 루실은 자신을 아파트에서 쫓아내려는 서명을 하지 않은 줄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찾아와서는 그녀의 일상에 변화를 준다. 

  남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소외받는 루실은 어느 누구보다도 줄리의 아픈 심정에 깊이 공감했으며, 그녀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준다. 

 

  루실이 줄리의 마음에 불쑥 찾아온 사람이었다면 올리비에는 그녀의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린 사람이다. 올리비에는 줄리에게 변함없이 사랑을 표현하며 그녀가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인다. 그는 줄리의 남편인 파트리스의 유작을 완성시키려 하고, 줄리는 그와 함께 유작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상실의 고통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올리비에는 또한 파트리스에게 숨겨둔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들춰내면서, 줄리가 더 이상 도망가지 않고 삶의 의욕을 되찾게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되자 줄리는 분노하는 대신, 그 모든 사실을 태연하게 받아들인다. 심지어 줄리는 가족들이 함께 했던 공간을 남편의 애인에게 양도하고, 그녀가 임신한 아이의 이름을 남편의 이름을 따라 지어달라고 부탁한다. 상실의 고통뿐만 아니라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또한 안고 있었던 줄리의 짐을, 남편의 애인과 뱃속의 아이가 덜어주었던 것이다. 아이는 줄리에게 남편과 자신의 딸 안나를 대신하는 존재, 희망적인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작은 생명체는 그녀를 변화시킨다. 아픔은 치유를 거쳐 새로운 희망이 된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상실의 고통 없이는 삶 또한 없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시놉시스(synopsis)

 

  삶의 지극히도 막다른 순간에 발견한 블루… 당신의 삶은 무슨 색인가요?

 

  정적만이 가득한 시골길, 가족들과 함께 피크닉을 가던 줄리는 예기치 않은 교통 사고로 유명한 작곡가인 남편 파트리스와 다섯 살 난 딸 안나를 잃는다. 한 순간 사랑했던 모든 것을 잃은 줄리는 가족과 함께 했던 공간과 흔적들, 심지어 남편이 쓰다만 곡까지 버리곤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떠난다. 타인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세상과도 단절해 버린 채 고독한 나날들을 보내던 줄리는 어느 날 우연히, 남편의 동료이자 자신을 줄곧 사랑해 왔던 남자 올리비에가 남편의 유작을 완성시키려 한다는 사실과 남편에게 숨겨 둔 애인이 있었음을 알게 되는데… 

 

 

 

 [감독(Director)이야기]

 

 연출∙각색 |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존재의 가치를 구하는 영화언어의 표현주의자”

 

  세계 영화사의 거장이자 아트필름의 진수를 보여주는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는 <세 가지 색> 시리즈로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했다. 힘있는 연출, 예리한 관찰력과 사물에 대한 정확한 분석, 통찰적·관념적 이미지들의 조합, 놀라우리만치 정확한 음향과 음악의 조화, 영화에선 느끼기 어려운 원근감 등을 특징으로 한다. 

 

  Filmography

  <세 가지 색 : 레드>(1994), <세 가지 색 : 화이트>(1993), <세 가지 색 : 블루>(1993), <베로니카의 이중생활>(1991),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1988),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1988), <십계>(1988), <결말 없음>(1984), <짧은 작업일>(1981), <맹목적인 기회>(1981), <카메라 광>(1979), <상처>(1976) 외 다수

 

  INTERVIEW with KIESLOWSKI

 

  왜 당신은 프랑스의 상징인 삼색기(자유, 평등, 박애)에 관심을 갖는가?

 -내가 <십계>에 대해 갖는 관심과 동일한 이유인데 <십계>의 열 가지 주제는 바로 인생의 본질을 나타내고 있다. 자유, 평등, 박애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왜 그들이 이러한 이상을 위하여 기꺼이 목숨을 버렸으며, 이러한 가치가 현대의 우리에게 어떠한 기여를 해왔으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 고찰해보고 싶었다. 

 

  당신은 어떻게 각각의 영화가 연관성을 갖는 시리즈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는가?

-우리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세 가지 이상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각자 개인의 관점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이상은 인간의 본성과 대치되고 있다. 당신이 그러한 이상을 유별나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러한 이상과 어우러져 살 수 있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정말로 자유, 평등, 박애를 원할까? 단지 의례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항상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시각을 취하고자 노력했다. 

 

  <세 가지 색> 시리즈의 촬영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우리는 92년 9월에서 11월 사이에 <세 가지 색 : 블루>를 시작했고 촬영 마지막 날 <세 가지 색 : 화이트>를 시작했다. 이유는 법정씬이 두 영화 모두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법정을 촬영하는 것은 아주 까다롭다. 허가서를 얻어야 하는 등 사전 절차가 복잡하여 그런 것이다. <세 가지 색 : 화이트>의 일부 무대가 파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곤 폴란드로 촬영지를 옮겨 촬영을 끝냈다. 10일간 휴식을 가진 후 우린 제네바로 가서 <세 가지 색 : 레드> 촬영을 시작했다. 

 

  세 작품은 시나리오를 완전히 마친 다음 촬영에 들어갔나?

- 6개월 전 혹은 촬영 당일 이전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장소를 물색하는데 소요된 시간을 잊을 수 없다. 시퀀스 수가 100여 개가 넘고 촬영지는 3개국, 촬영감독은 모두 달랐고 프로듀서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간 맞춰 이동하고 팀을 조직하는 일이 매우 어려웠다. 

 

  세 작품의 제작진은 모두 같은 이들인가?

 -촬영감독은 모두 달랐다. 슬라보미르 이드지아크가 <세 가지 색 : 블루>를, 에드워드 코진스키가 <세 가지 색 : 화이트>를, 피오트르 소보신스키가 <세 가지 색 : 레드>를 맡았다. 코진스키는 안제이 바이다 감독과 여러 번 작업한 경험이 있었고 소보신스키는 젊지만 재능있는 촬영감독이다. 사운드, 세트, 디자인, 음악은 모두 같으며 <십계> 이후 호흡을 맞춰온 팀이다. 

 

  <세 가지 색> 시리즈는 우연한 만남들로 가득한데 그 이유는?

-나는 우연한 만남을 좋아한다. 인생이란 우연한 만남으로 가득차 있다. 단지 이것을 느끼지 못하고 내가 알고 지낸 사람들만 의식한 채 지나갈 뿐이다. 카페에서 우리는 낯선 사람의 옆 자리에 앉는다. 모두가 일어나 자리를 떠나 자신의 갈 길을 간다. 그들은 어쩌면 그 후로 다신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후 다시 만난다고 해도 그것이 첫 만남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당신은 불어를 할 줄 모르는데 프랑스에서의 촬영은 어렵지 않았나?

-어려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제작비 지원이 이곳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낯선 곳에서 작업하는 것이 더 재밌기도 하다. 그것은 나의 관점을 풍부하게 하고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든다. 예를 들어 폴란드에서는 대사에 약간의 변화를 주면 다들 그렇게 진행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모두 내게 다가와 대사를 바꾸는 방법에 대해 20가지 이상의 아이디어를 쏟아내곤 했다. 

 

  당신이 찾아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구체화된 대상 너머의 어떤 의미.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나 자신이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진실.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발견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을 유럽인이라고 느끼는가?

-아니다. 나는 폴란드인이다. 보다 세밀하게 말하자면 폴란드의 북동쪽 작은 마을에서 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곳에 나의 집을 가지고 있고 그곳에서 소일을 즐긴다. 하지만 작업은 그곳에서 하기 싫다. 할 일이라곤 나무 베는 일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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