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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검은 고독 흰 고독/ 라인홀트 메스너

금동원(琴東媛) 2016. 9. 12. 23:50

 

 

『검은 고독 흰 고독』

-라인홀트 메스너 저/김영도 역 | 필로소픽

 

  “이제 고독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나의 힘이다.”
  실존적 등반 철학을 묘사한 산악문학의 걸작!

  최초의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라인홀트 메스너. 사람들의 찬사를 뒤로하고 불과 6주 만에 히말라야의 한 베이스캠프에서 홀로 배낭을 메고 출발을 한다. 목표는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반. 셀파도, 장비도, 파트너도, 산소기구도 없이 오직 8000미터 빙벽과 고독한 한 인간의 순수한 조우를 체험하기 위해서.
  그곳은 8년 전 동생을 잃은 곳이자 ‘운명의 산’이라고 불리는 곳. 지진으로 루트가 무너지고 탈진과 산소부족으로 현실과 환상이 끊임없이 교차되는 죽음의 지대를 오르면서, 불안과 두려움,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절대 고독을 통해 재탄생하는 실존적 변화 과정을 치밀한 심리묘사로 그려낸다.
  마침내 모든 것이 이해되고 아무런 의심도 생기지 않는 정상에 홀로 섰을 때, 그는 순수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 절대 고독 속에서 진정한 세계의 의미를 깨닫는다. “나와 정상은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다르다.” 이제 그를 괴롭히던 고독은 두려움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해주는 힘으로 변화한다.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반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고 있는 이 책은 한 인간의 불굴의 도전 정신과 깊은 내면의 고독을 사실적이면서도 문학적으로 그려내 산악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악인의 살아 있는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

  한 산악인이 15킬로그램의 배낭을 메고 홀로 8천 미터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곳은 수많은 산악인의 목숨을 앗아간 낭가파르바트. 마침내 셀파도, 장비도, 원정팀도 없이 오직 피켈과 자일만으로 단독 등반에 성공하며 세계 등반계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진다. 이후 이 산악인은 1986년 10월 16일 로체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천 미터 급 14좌 완등이라는 신화를 이룩한다. 세계 역사상 가장 탁월한 등반가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바로 살아 있는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이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무산소 등정, 단독 등반, 알파인 스타일, 신 루트 개척 등 늘 새로운 도전과 방식으로 산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는 등 질시와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세기의 철인’, ‘최고의 알피니스트’, ‘알파인 등반의 개척자’ 등 세계 역사상 가장 탁월한 등반가이자 개척가로 그를 꼽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 책은 라인홀트 메스너가 낭가파르바트 등반에서 눈사태로 동생 퀸터가 죽은 지 8년이 지난 후 낭가파르바트를 다시 찾게 되는 사연을 담고 있다.


  고독의 빙벽에서 자신을 발견하다

  메스너는 1970년 동생 귄터와 루팔벽을 넘어 정상에 오른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하산하던 중 눈사태가 일어나 귄터를 덮친다. 메스너는 동생을 잃었다는 슬픔과 자신도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탈진 상태로 산을 내려온다. 이후 산악인으로 명성을 얻게 되지만, 기록을 위해 동생을 희생시켰다는 세간의 의심과 자책으로 괴로워한다, 게다가 슬픔에 빠져 괴로워하던 그를 위로해주던 아내는 1977년 그의 곁을 떠난다. 동생의 죽음과 아내와의 이별은 메스너를 절대 고독과 맞닥뜨리게 하고, 갑작스럽게 마주한 이 감정에 그는 절망한다.
  최초의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이라는 위업으로도 가슴속에 똬리를 튼 고독과 불안, 절망은 달래지지 않았다. 오히려 명성과 주변의 관심은 그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결국 에베레스트 등정 6주 만에 다시 낭가파르바트로 향하게 된다. 명예욕 때문이 아니었다. 정상 정복에서 오는 성취감 때문도 아니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존재의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아니, 어쩌면 아무 이유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지진으로 루트가 무너지고, 탈진과 산소부족으로 현실과 환상이 끊임없이 교차되는 상황, 삶과 죽음을 둘러싼 불안과 두려움, 희망과 절망 사이를 수시로 오가는 절대 고독의 체험. 그것은 과거의 모든 기억과의 화해이자 철저한 자신과의 싸움이며 진정한 자신과 만날 수 있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8월 9일 16시, 드디어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반에 성공하고, 그를 괴롭히던 고독은 두려움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해주는 힘으로 바뀐다.


  등반을 철학의 경지로 끌어올리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세 번이나 산악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글 솜씨를 자랑하는 메스너는 “극한에 도전하는 일반적인 등반기를 넘어,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는 순간 절대 고독 앞에서 겸허해지는 내면 고백의 정수”라는 극찬과 함께 산악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에서 메스너는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더욱더 옥죄여오는 내면의 불안과 고독, 그러나 정상에서 자신의 진정한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특유의 문학적 감각으로 풀어냈다. ‘왜 산에 오를 수밖에 없는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절대 고독의 체험 속에서 녹여내고 있는 이 책은 산악문학의 불후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다.

 

 

  ○작가소개

 

  Reinhold Messner 이탈리아 남티롤 출신인 라인홀트 메스너는 세계 등반 기록을 갈아치우며 역사를 새로 쓰게 하는 등 명실 공히 최고의 알피니스트이다. 1978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등정한 이후 또 하나의 신기록인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반’이라는 세기의 도전을 보여주었고, 이후 1986년 10월 16일 로체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천 미터 급 14좌 완등이라는 신화를 이룩한다. 무산소 등정, 단독 등반, 알파인 스타일, 신 루트 개척 등 늘 새로운 도전과 극한에의 여정은 그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등반 이후 뛰어난 글 솜씨로 내면의 고백을 담아낸 그의 저서는 산악인 이상의 존경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세 번이나 산악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해외 언론에서는 “극한에 도전하는 일반적인 등반기를 넘어,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는 순간 절대 고독 앞에서 겸허해지는 내면 고백의 정수”라고 그의 저술을 극찬하고 있다. “생사를 건 도전, 의지력의 발휘, 정열적인 행동. 그 어느 것으로 보아도 이 단독 등반은 유례가 없는 하나의 척도를 이루었다”라는 독일의 유력 시사 주간지 《STERN》의 대서특필처럼, 라인홀트 메스너는 이 시대 최고의 등반가이자 개척가이다. 저서로는 《정상에서》, 《벌거벗은 산》, 《죽음의 지대》, 《내 안의 사막, 고비를 건너다》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지금 나는 혼자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낭가파르바트로 향했다. 간혹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있어도 나는 내 이야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 꿈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지 그곳으로 떠나고 싶을 뿐이었다.
(…)
  지금 내 가슴에는 여전히 어제의 고독감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혼자 있을 수 있다는 신비감이 나를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나는 전과 다름없었지만 무언가 새로운 안정감이 느껴졌다. 이번 등반에서 나는 내 영혼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인간 능력의 한계까지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pp.39-40

  나는 내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 그리고 꿈을 실현하고 싶다.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반은 등반가들이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속의 커다란 숙명 같은 것이다. 나는 그저 산을 오르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산을 오르려는 것이다. 모든 기술을 배제하고 파트너도 없이 산을 오르려고 생각할수록 나는 환상 속에서 나만의 산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어쩌면 궁극적인 고독의 끝까지 가서 그 고독을 넘어 보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pp.60-61

  낭가파르바트 정상에서 쓰러지지 않으려면 내 자신을 다시 찾아야만 한다. 내 일을 후세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나는 단지 내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이렇게 여기 앉아 있는 동안 나는 과연 이 산을 혼자서 오를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혼자서 밑에서부터 저 높은 정상까지.--- p.75

  “저 꿈같이 아름다운 선을 봐!”
  나는 감격에 가슴이 벅차 산을 내려오면서 우즐라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산이 아름다워서 올라가는 거예요?”
  “그것도 여러 이유들 중 하나지.”
  “그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죠?”
  “아름답기 때문에 그저 오르고 싶은 산이 있는 법이야.”
  “비행기에 탄 채 내려다보면 안 되나요?”
  “안 되지. 그렇게 해서는 산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느낄 수 없어.”
  사람들은 대체로 스스로 체험하는 데 흥미를 느끼지 않는 듯하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노력과 의지를 순수한 생의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 세상을 알고자 그 속으로 뛰어드는 것, 수수께끼를 풀어 보고자 도전하는 것 등과 같은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지금 당장 필요나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식의 실제적인 일이어야만 한다. 현실적인 이득이 없는 순수한 사고, 순수한 노력, 순수한 지식 등과 같은 것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pp.129-131

  나는 산을 정복하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다. 또 영웅이 되어 돌아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는 두려움을 통해서 이 세계를 새롭게 알고 싶고 느끼고 싶다. 물론 지금은 혼자 있는 것도 두렵지 않다. 이 높은 곳에서는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지탱해 준다. 고독이 더 이상 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고독 속에서 분명 나는 새로운 자신을 얻게 되었다.
  고독이 정녕 이토록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지난날 그렇게도 슬프던 이별이 이제는 눈부신 자유를 뜻한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체험한 흰 고독이었다. 이제 고독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나의 힘이다.

 

○ [독자리뷰] 알파인 스타  | jccho64| 2014-09-10 |

  알파인 스타일, 등반에서 알파인 스타일이란, 라인홀트 매스너에 의하면, 셀파와 고정로프와 산소를 쓰지 않는 것이다. 혼자,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짐 만으로, 그리고 타인이나 장비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등반하는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1978년 라인홀트 매스너는 낭가파르바트를 올랐고 하산했다. 
  
  책은 그 등반의 기록이다. 그러나 책에는 극한에 도전하는 탐험가의 원대한 출사표도 없고 등반의 위험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아슬아슬함도 없으며, 성공의 업적을 과하게 기록하는 벅찬 감동도 없다. 6주 등반 기간 중 그가 분투했던 대상은 낭가파르바트라는 히말라야 고봉이 아니라 그 내면의 절대 고독이었기 때문이다. 그 고독은 극한의 어려움에 다가가기까지의 시간과 어려움에 직면하는 순간에는 두려움이지만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죽음의 지대에서 생사의 경계를 넘는 순간에는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큰 힘의 근원이 되는 것이라 했다. 두려움과 힘의 원천이라는 양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 매스너의 고독이다.
 
  고산 등반은 알지 못한다. 고산 등반이 아니라도 죽음에 이르게까지 하는 극한의 어려움 당연히 알지 못한다. 일상의 범위를 벗어나 그 너머 어딘가에 있을 극한의 어려움은 경험하진 못했으나 그 어려움을 맨 몸으로 정직하게 직면하는 알파인 스타일은 매력적이다. 등반 스타일이지만 삶의 스타일로서 더욱 그렇다. 등반이 삶과 다르지 않고 일상의 방식이 삶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그러하니 일상의 구석구석에까지 알파인 스타일을 끌어들인다. 내 일상의 욕심과 술수와 처세는 매스너의 셀파와 산소와 고정로프와 다름없다. 이를 걷어내고 맨 몸으로 자기 길을 가는 것, 힘들고 고독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