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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이야기

사라사테 -지고이네르바이젠(Zigeunerweisen)

금동원(琴東媛) 2017. 7. 26. 20:00

  파블로 사라사테( Pablo de Sarasate, 1844~1908)는 바이올린을 위한 환상곡의 귀재이다. 19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로 주로 기교적인 바이올린곡을 많이 작곡했다. 대표작은 < 지고이네르바이젠〉,〈카르멘 환상곡〉, <스페인 무곡집> 등이 있다

 

https://youtu.be/qsB-A04vfAo

 

https://youtu.be/wEmbFSiJzEQ

 

https://youtu.be/7jWmdzOxD9s

 

 

파블로 사라사테

 

 

 

  파블로 사라사테는 1844년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포병대 군악대의 지휘자였다. 5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바이올린을 배우다가 지역의 바이올린 교사에게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 그 후 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어 8살 때 코루냐에서 처음으로 연주회를 열었다. 이때 한 부유한 음악 애호가의 눈에 뜨여 그의 후원으로 마드리드의 저명한 바이올린 교수 마누엘 로드리구에즈 사에즈 밑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사라사테는 마드리드에서도 음악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10살 때 스페인 여왕 이사벨라 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여왕으로부터 바이올린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그 후 프랑스 파리로 간 그는 12살의 어린 나이로 파리 음악원에 입학해 장 델팽 알라르를 사사했다. 음악원에서는 바이올린과 작곡을 공부했으며, 17살 때 작곡 콩쿠르에 참가해 음악원 최고의 영예인 1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음악원을 졸업한 후에는 작곡보다 연주에 집중했다. 16살 때인 1860년, 사라사테는 파리에서 데뷔 연주회를 가졌다. 이듬해에는 영국 런던 무대에도 진출했다.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유럽은 물론, 멀리 미국과 러시아, 남아프리카, 아시아까지 연주 여행을 다녔다. 20세기 초에는 음반을 녹음하기도 했다.

 

  사라사테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작곡가였다. 바이올린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그의 능력은 그가 작곡한 음악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이자 음악 평론가인 버나드 쇼는 사라사테를 극찬했다.

 

세상에 바이올린을 위한 음악을 쓴 작곡가는 많지만 진정한 바이올린 음악을 작곡한 사람은 드물다. 그의 바이올린곡은 비평가의 펜을 무색하게 만든다.

 

  사라사테는 아름다운 음색과 비상한 기억력, 화려한 테크닉, 유연한 연주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레퍼토리의 폭도 넓어 독일 악파뿐만 아니라 프랑스―벨기에 악파의 작품도 연주했다. 신기에 가까운 그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작곡가들이 앞다투어 그를 위한 바이올린곡을 썼다. 랄로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과 〈스페인 교향곡〉,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과 〈스코틀랜드 환상곡〉,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과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가 사라사테를 위해 쓴 곡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라사테는 근대 바이올린 레퍼토리의 확장에도 크게 기여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로 일생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다가 1908년 9월 20일, 6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사라사테는 작곡가라기보다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다고 할 수 있다. 작곡 행위 역시 자신의 연주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이루어졌다. 그는 민속적인 멜로디와 리듬을 활용해 기교적으로 매우 어렵고 화려한 곡을 썼으며, 협주곡처럼 규모가 큰 곡보다는 주로 소품을 많이 작곡했다. 또한 다른 작곡가의 곡을 바이올린을 위한 곡으로 편곡하는 일도 즐겼다.

 

  그의 대표작인 〈지고이네르바이젠(Zigeunerweisen)〉은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으로 1878년에 작곡했다. '지고이네르바이젠'이란 '집시의 노래'라는 뜻이다. 사라사테가 헝가리 지방을 여행했을 때 집시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그 멜로디를 바탕으로 작곡한 것이다. 기교적으로 아주 어렵지만, 화려하고 예술적으로 매우 세련된 취향과 정열을 담고 있는 곡으로 모두 세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느리게 연주하는 1부는 변화무쌍한 악상을 담고 있다. 이어서 애상적인 2부가 이어지는데 이 부분의 멜로디는 〈집시의 달〉이라는 노래로 불리기도 한다. 집시음악 특유의 애수가 흘러넘치는 곡이다. 빠르게 연주하는 3부는 열광적이고 관능적인 집시의 춤을 연상시킨다.

 

  사라사테는 오페라 아리아를 주제로 한 환상곡풍의 음악을 많이 작곡했다. 피아노의 거장 리스트가 유명 오페라 선율을 토대로 기교가 충만한 환상곡풍의 피아노 독주곡을 만든 것과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파우스트의 추억〉, 〈마술피리 환상곡〉, 〈돈 지오반니 환상곡〉, 〈운명의 힘 환상곡〉, 〈마탄의 사수 환상곡〉, 〈로시니 오마주〉,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곡〉, 〈미레유 카프리치오〉, 〈마르타 환상곡〉, 〈파우스트에 의한 새로운 환상곡〉, 〈카르멘 환상곡〉 등 오페라를 주제로 한 곡들이 양적으로 상당히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이 중 〈카르멘 환상곡(Carmen Fantasy)〉은 1883년 작으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에서 스페인풍의 음악을 뽑아 바이올린을 위한 곡으로 편곡한 것이다. 이 곡은 〈카르멘〉 4막의 전주곡인 〈아라고네즈〉로 시작한다. 오케스트라 파트의 피치카토 반주에 맞추어 독주 바이올린이 관능적인 멜로디를 연주한다. 같은 멜로디가 옥타브를 바꾸어 가며 카덴차풍으로 진행된다. 이어서 1막에 나오는 〈하바네라〉와 카르멘의 콧노래, 2막의 〈세기딜랴〉, 3막의 〈보헤미안 댄스〉를 거쳐 2막의 〈집시의 노래〉로 이어진다. 오페라에 나오는 여러 멜로디들을 피치카토, 비브라토, 플레절렛, 하모닉스, 글리산도 등 바이올린의 다양한 테크닉을 이용해 화려하게 펼쳐놓은 자유로운 환상곡이다. 바이올린의 기교를 과시하기 위해 작곡한 곡으로 오케스트라 파트는 반주의 역할에 그친다.

 

  사라사테는 스페인 각지의 민요를 소재로 하여 독특한 기법의 바이올린 독주곡을 작곡했는데, 그것이 바로 《스페인 무곡집》이다. 《스페인 무곡집》은 모두 4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1권의 첫 곡인 〈안달루시아의 로망스(Romanza Andaluza)〉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민요를 바탕으로 작곡했다. 곡은 느리게 시작하는데,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연주되는 바이올린의 주제 선율이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후 이 멜로디가 피아노 반주와 함께 장식적으로 변화해 나간다. 중간에 동양풍의 이국정취를 가진 멜로디가 나타나는데, 이것은 옛날 아프리카에서 건너와 스페인을 정복한 무어족의 옛 멜로디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

 

  그 외의 작품으로 〈바스크 카프리치오소〉, 〈서주와 타란텔라〉, 〈꿈〉, 〈작별〉, 〈에스파냐 아리아〉, 〈말라게냐와 하바네라〉, 〈호타 아라고네자〉, 〈볼레로〉, 〈발라다〉, 〈나바라〉 등이 있다.

 

  ○글: 진회숙

  이화여대 음대에서 서양음악을,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공부했다. 1988년 월간 「객석」이 공모하는 예술평론상에 '한국 음악극의 미래를 위하여'라는 평론으로 수상, 음악평론가로 등단했고, 「객석」, 「조선일보」, 「한국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 매체에 예술평론과 칼럼을 기고했다. 이후 KBS와 MBC에서 음악프로그램 전문 구성작가로 활동하며 MBC FM의 「나의 음악실」, KBS FM의 「KBS 음악실」, 「출발 FM과 함께」, KBS의 클래식 프로그램인 「클래식 오디세이」 등의 구성과 진행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