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 넘치는 소녀, 성숙한 연주를 선보이다
힐러리 한은 네 살 생일을 한 달 앞두고 바이올린을 처음 잡았다. 평범하게 스즈키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바이올린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여섯 살에 피바디 예비학교의 콘서트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했으며 4년 후에는 피바디 음악원에서 바흐의 시칠리아나와 비탈리의 샤콘느 등으로 데뷔 리사이틀을 열며 신동의 탄생을 알렸다. 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커티스 음악원에 진학한 후 이듬해에는 하이든의 협주곡으로 협연 데뷔했고 1991년에는 열두 살의 나이로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힐러리 한, 2009년
좋아하는 일에 무서운 집중력을 과시하는 그녀는 열여섯 살에 커티스 음대를 졸업하고 1997년 첫 음반을 발표했다. 데뷔 앨범에 수록된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패기 넘치는 당찬 십대 소녀의 연주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성숙했다. 앨범 녹음 당시만 해도 스텝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한 바흐 음악으로 디아파종상과 빌보드 클래식 차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베토벤의 협주곡 음반에 이어 사무엘 바버와 브람스, 스트라빈스키, 시벨리우스 등 다양한 음악을 연주했다.
왼쪽은 지휘자 구스타프 두다멜이다. 2007년 로마.
바흐는 데뷔 때부터 그녀가 꾸준한 관심을 보인 음악으로 2003년 바흐 협주곡에 이어 2010년에는 바흐의 성악곡들을 독주 바이올린으로 연주해 담은 독특한 기획 앨범 《바흐: 바이올린 앤 보이스》(Bach: Violin & Voice)로 화제를 모았다.
소통하는 연주자, 힐러리 한
젊은 연주자답게 연주를 하지 않을 때는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힐러리 한은 팬과의 소통을 자신의 음악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2012년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콘서트에서 연주할 앙코르곡을 인터넷을 통해 공모하기도 했는데, 400대 1의 경쟁을 뚫고 신진 작곡가 제프 마이어스(Jeff Myers)의 〈카우아이 섬의 성난 새들〉(Angry Birds in Kauai)이 선정되었다. 이 곡은 이른 아침 하와이 새들의 지저귐을 표현한 작품이다.
힐러리 한이 발굴해낸 작곡가 제프 마이어스
힐러리 한은 연주회에서 앙코르로 연주할 만한 작품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모했고, 400대 1의 경쟁을 뚫고 하와이 출신의 신진 작곡가 제프 마이어스의 작품이 당선되었다. 힐러리 한은 이 작곡가와 작품을 유투브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했다.
진실함과 정직함을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여기는 힐러리 한은 다른 나라의 문학과 언어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영국과 독일 문학을 공부했고, 독일어와 프랑스어,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안다. 힐러리 한에 따르면 음악과 언어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글: 정주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이론전공 졸업 및 동대학원에서 음악학 석사와 경영학 석사를 졸업하고 음악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 기자, 한국교육방송 〈서양음악기행〉 작가를 역임하고, 국립오페라단 교실 속 오페라 여행 대본, 키즈 오페라 〈울려라 소리나무〉의 대본을 집필하였다. 현재는 KBS 클래식 FM 〈장일범의 가정음악〉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경희대 사회교육원과 영남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저서로는 《독재자의 노래》(공저, 한울, 201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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