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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 그리고 질문

금동원(琴東媛) 2020. 6. 5. 22:52

탐색, 그리고 질문

-금동원 시인께

 


가끔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시는 무엇이고 시인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그런 시인의 길을 똑바로 걷고 있는 것인지. 내가 어지간히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금동원시인은 수시로 자신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질문을 하는 시인이다. 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그런 시를 쓰는 사람이고 시인의 길을 올곧게 가는, 흔하디흔한 속물적인 시인과는 거리가 멀다.

금동원시인의 질문법은 타자他者와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그녀의 질문은 차분하다. 답변 또한 차분하다.

‘돌고 도는 게 인생인가
빙빙 돌아가는 물레의 리듬을 타고
엉켜있던 삶의 의문들을
사과를 깍 듯이 한 겹씩 벗겨낸다
왜 살아요? 질문에는 묵묵부답‘

  -<달항아리5 -굽깎기>일부


때로는 침묵처럼 훌륭한 대답은 없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시인의 대화법이다.

눈물샘이 말랐다.
슬픔은 안으로만 자꾸 깊어져
뜨거운 사막 어딘가에 숨은 오아시스처럼
(눈물이여 안녕)

   -<안구건조증> 일부


안구 건조증이란 시를 읽어보면 그녀가 얼마나 인내심이 강한 시인인지도 알게 된다. 온갖 불완전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인.


일상에서 바라본 금동원시인은 인생에 대해 즐거움이나 슬픔 같은 건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으로 보인다. 초연함으로 매사를 달관하는 것 같지도 않지만 오랫동안 명상요가를 해온 사람들의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터득된 자연스러운 무심함이다.

나처럼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에겐 그 한결같음이 부럽기도 하다. 그녀는 무엇보다 자신에게 당당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넉넉하고 사려 깊은 시인이다. 그러다보니 늘 씩씩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지칠 때도 있다. 비교적 자주 만나는 시인에게 참 시인을 느낄 때는 자주 읽어도 물리지 않는 작품들 (이 얼마나 대단한 시인인지)과 그녀의 푸른빛이 돌 정도의 맑은 눈을 마주할 때이다. 아내로서 두 아들의 엄마로서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낸 그녀는 시인의 자세도 흐트러짐이 없다. 야단스러운 호들갑도 없다. 짧은 수면 시간을 담보로 엄청난 독서를 하는 것도 그렇고 나처럼 수시로 시인의 시간을 뺏는 사람들이 곁에 있지만 그녀는 어느 장소, 어느 때나 언제나 꿋꿋하고 여여하다.
그녀는 질문이 많다. 그렇지만 쉽사리 달관이나 포기 같은 것은 하지 않는 시인의 작품은 늘 문우인 나를 긴장시키는 매력이기도 하다.

詩詩해서 시를 쓰고 산다는 게 시시하지만 시를 쓰고 그게 시잖아요.
질문과 함께 독자에겐 엄청난 고민과 안심을 동시에 주는 시인이지만 그녀는 사실 많이 따뜻하고 깍듯한 시인이다.
복수를 원했나요? 사랑을 원했나요? 리벤지 포르노라는 민감하고 아픈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녀는 탐색하고 분석하기보다는 안쓰러움과 배려의 속 깊은 본심을 보여준다.


불을 품은 자

물이 있어야 완성되는 비극
홀로 설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의 불지옥 속에서
생명을 얻고 끝까지 살아남아
.......중략....
담담하고 우아한 승리
물과 불이 일구어낸 쓸쓸한 환희의 완성이다.

 -<달항아리1> 일부


시인은 또 꽤 오랫동안 도예를 해 온 걸로 안다. 흙은 우주이고 모성이다. 흙과의 끝없는 대화, 질문과 대답을 하면서 달 항아리 같은 명작을 가슴으로 창작이 아닌 창조해가면서 담담하고 우아한 승리를 이끌어낸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독자에게 선물한다. 시인은 이처럼 지극히 이성적이지만 감성적이기도 하다.
비극, 지옥, 끝까지 살아남아 승리를 끌어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시인의 역량이다.
시와 사람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진정 멋진 시인이다.

- 이애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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