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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너무 아프다 /요제프 어틸러

금동원(琴東媛) 2021. 4. 9. 00:14

 

《너무 아프다》-  요제프 어틸러 시선집

요제프 어틸러 저/진경애 역 | 미행 |

 

 

○책 소개

1905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빈민가에서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의 이름은 '어틸러(Attila)'.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리라는 뜻의 이 이름은 5세기 유럽을 휩쓸던 훈족의 수장 아틸라에서 따온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양부모는 "어틸러라는 이름은 없다!"고 단언한다. 기독교 국가였던 헝가리에서 이교도 수장의 이름을 붙였던 건 그만큼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다른 이름으로 불려야 했던 아이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자라난다.

아버지는 돈을 벌러 간다는 말을 남기고 가출한다. 어머니는 자궁암으로 세상을 뜨고 아이는 완전히 고아가 된다. 하지만 비상했던 아이는 17살에 첫 시집을 내고 대학 시절 문제작을 발표하며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 하지만 그가 다니던 대학의 교수나 그의 도발적인 시어가 불편했던 보수 진영은 어린 새싹을 무참히 꺾어버린다.

헝가리 문학의 최고 시인, 단연 헝가리 전체 문학사를 통틀어 헝가리인들이 가장 많이 읽는 시인,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에 뛰어난 작가들이 발굴되고 생일 4월 11일이 문학의 날로 지정되어 매년 기념되는 시인, 유네스코가 탄생 백 주년인 2005년을 그의 해로 지정한 시인, 서른두 살에 요절했으나 여전히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로 살아 있는 시인. 그가 바로 요제프 어틸러(Jozsef Attila, 1905-1937)다.

 

○작가 소개

 

요제프 어틸러 (Jozsef Attila,아틸라 요제프)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서른두 살에 비운의 삶을 마감한 헝가리 현대문학 최고의 시인이다. 1926년 헝가리 최고 문예지였던 [뉴거트]에 시 「진심으로」가 실려 주목받기 시작했다. 생전 모두 7권의 시집을 출판했고, 초기 시집은 아직 모방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이 실려 있지만, 파리에서 유학하며 활동하던 1927년부터 공산주의, 아방가르드, 실존주의, 아나키즘 등 다양한 세계문학의 이념과 철학을 섭렵하면서 자신만의 견고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세 번째 시집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다』(1929)부터 마지막 시집인 『너무 아프다』(1936)에 이르기까지 자유진보주의, 공산주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같은 가장 현대적인 사상과 이념 들을 바탕으로 세련되고 정제된 글쓰기를 추구하면서도 한결같이 가난하고 소외된 도시 노동자와 시골 농민의 대변인이 되기를 자처했다. 그의 작품은 현대사회와 인간의 문제점들을 직관적이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20세기 초, 세계대전 사이에 활동한 요제프 어틸러는 1989년 이전까지 헝가리 공산주의 체제에서 ‘프롤레타리아 대표 시인’으로 불렸으나, 체제 전환 이후 오히려 그의 깊고 다양한 시 세계가 드러나며 21세기를 이끄는 현대문학의 고전으로서 현재까지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역자

진경애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헝가리어과와 동대학의 동유럽 어문 대학원을 졸업했다. 논문 「요제프 어틸러와 민족주의」로 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를 했고 현재 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 한국학과에서 한국어, 한국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헝가리어로 번역한 책으로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 외 3편』이 있고 한국어로 번역한 책으로 나더쉬 피테르의 『미노타우로스』, 요제프 어틸러의 『너무 아프다』 등이 있다

 

○시 속으로

 

만약 신이 작가 지망생이 되어

밤낮으로 펜을 굴려대도

그래도 할 수 없으리, 그 역시 모두 다 적지 못하리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받아야 하는지를 

 

가난한 사람은 가장 가난하지

추위는 겨울에게 내어주고

더위는 여름에게 내어주고

텅 빈 마음은 황량한 들판에 주지

                            -「가난한 사람이 가장 가난하다」중에서

 

나는 서있다, 발 밑 웅덩이가

다른 웅덩이 쪽으로 커진다, 그게 일이지

내 발 냄새를 맡으러

꼬리를 말아 내린 개가 나타난다

하늘은 비대하고 걱정은 구원이다

주교의 언덕은 깜박이며 부푼다

휘파람을 불고 싶지만 입에 습기가 찬다

아, 거름처럼 나는 생각에 잠겨

모락모락 김을 낸다 진지하게,

나는 공상한다, 공상가

                            -「비가 온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헝가리가 사랑한 시인, 요제프 어틸러, 헝가리어 원전 번역으로 국내 첫 소개


그만큼 지속적이고 무조건적인 존경을 받는 헝가리 시인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헝가리의 문학사가 트베르도터 죄르지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고, / 신도 없고, 조국도 없다
―「진심으로」

나는 내 모든 것을 면제하노라, / 마지막 심판은 없을 것이므로
―「결산」



유럽의 동양 헝가리 이름의 이면



“헝가리는 아시아의 마자르족이 천여 년 전에 중유럽에 정착하여 건국한 나라로 (…) 이를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이름을 표기할 때, 헝가리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성, 이름 순서이지만 유럽의 모든 나라가 이름, 성 순서로 표기를 한다.”
―「옮긴이의 말」에서

요제프 어틸러는 국내에서 ‘아틸라 요제프’라는 이름으로 잘못 알려져왔다. 영국 작가 존 버거가 자신의 책 『제7의 인간(A Seventh Man)』에서 요제프 어틸러의 시 「일곱 번째(A hetedik)」를 인용하여 국내에 그의 이름이 처음 알려졌고 이후 영어 중역으로 소개된 어틸러 시선집도 ‘아틸라 요제프’로 표기된 인명을 그대로 따랐다. 헝가리는 10명이 훌쩍 넘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지만 수상자 대부분이 영미식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성이 케스테르인 ‘운명’의 작가 임레 케스테르가 대표적이다. 또한 헝가리의 대문호 산도르 마라이 또한 이름, 성 순서로 소개되었다.
이름, 성 순서의 소개는 ‘A’를 ‘아’가 아닌 ‘어’로 읽는 헝가리어 규범이 간과되면서 영미식 이름 ‘아틸라’를 만들었다. 오늘날 현대적 흐름에서 국적과 고유성의 경계를 따지는 것이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것일 수 있지만 오류가 통념처럼 여겨져서는 안 될 것이다.


요제프 어틸러를 대표하는 124편의 시



독자의 영혼을 사로잡고 오늘날까지 영향력을 유지하는 최적의 표현 방법을 찾은 시인이 바로 요제프 어틸러였다.
―트베르도터 죄르지

한 명은 휴일을 시작하는 사람, / 한 명은 수영하라고 물에 던져진 사람, /
한 명은 숲의 씨가 되는 사람,
―「일곱 번째」

아무튼 지금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나, / 아름답고 깨끗한 것을 언젠가 한 번은 /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 내가 가면, 사람들은 날 사랑할 것이다 / 그들 사이에 있었기에 사랑할 것이다
―「아침 식사」

요제프 어틸러 시선집 『너무 아프다』는 2005년 요제프 어틸러 탄생 백 주년을 기념하여 출판된 요제프 어틸러 선집 중 하나를 번역한 것이다. 헝가리에서는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요제프 어틸러의 출판이 여러 버전으로 현재까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현존하는 요제프 어틸러 최고 연구자인 트베르도터 죄르지는 생전 7권의 시집, 총 700여 편의 시에서 124편의 시를 엄선했다. 이 판본은 시인의 초창기 시부터 죽음을 맞이하기 바로 직전까지 요제프 어틸러의 문학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시들을 두루 담으며 특히 대작을 쏟아내던 후기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요제프 어틸러의 시는 유쾌한 동시에서부터 현대 철학을 다루는 시까지 시대를 구분하지 않고 사랑받아왔지만 동시에 시대에 따라서 많은 왜곡된 평가를 받았다. 특정 작품들에 대해서는 ‘프롤레타리아 시인’이라는 칭송하에 선택적으로 알려지거나 은폐, 왜곡된 것들도 있다. 공산주의 시대를 거치며 이러한 측면은 부각되어 수많은 거짓된 증언과 연구 들을 재생산했다. 해외에 번역된 작품들은 정작 그를 위대한 시인으로 평가받게 만든 작품들보다 치우친 관점에서, 혹은 쉽게 번역될 수 있는 작품들이 먼저 알려졌다. 그의 작품이 온전히 모두 종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1989년 체제 전환이 이루어지고 나서의 일이다.
요제프 어틸러의 시는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 지방과 도시, 농부와 도시 노동자, 부자와 가난한 자, 신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아이와 어른, 이상과 물질, 이념과 현실, 정형시와 자유시를 오가며 그야말로 수많은 분야와 부분에서 여전히 헝가리인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그토록 큰 시인을 그 시대에 요구하는 틀에 가두고 우상화한 것이 바로 최고의 ‘프롤레타리아 시인’이라는 찬사였고, 이것이 요제프 어틸러에게는 찬사가 아닌 오명이었다는 것은 체제가 변하고도 흔들림 없이, 오히려 더욱 사랑받는 그의 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엮은이의 ‘서문’은 요제프 어틸러의 시 세계로 이끄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책 끝에는 ‘작가 연보’와 요제프 어틸러라는 한 인간을 탄생부터 돌아보는 옮긴이의 ‘작품 해설’이 실렸다. 또한 요제프 어틸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는 시인의 「자기소개서(Curriculum vitae)」가 한국 독자를 맞는다. 요제프 어틸러 사후 시인이 편집장이었던 문예지 『아름다운 말(Szep Szo)』에 실렸던 이 글은 시인이 일반 사무직에 지원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이름 표기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쓰고, 건물의 주소도 큰 것부터 작은 순서로 기재하는 두 나라, 한국과 헝가리. 공산국가였던 1989년 공산권 국가 중 가장 먼저 우리나라와 수교하여 한국-헝가리는 어느덧 수교 30년을 넘었다. 유럽에서 가장 큰 한국문화원이 헝가리의 한국문화원이라는 점은 두 나라의 각별함으로 다가온다. 거리는 멀지만 닮은 두 나라 한국과 헝가리의 관계 속에서 이번에 처음 헝가리어 원전 번역으로 소개되는 요제프 어틸러 시선집 『너무 아프다』는 헝가리의 한 위대한 정신을 이해하는 좋은 안내집이 되어줄 것이며 특히 헝가리의 민족 시인 요제프 어틸러의 시를 통해 언어와 국경을 넘어 인간의 공통분모인 희망과 사랑, 진실에 대한 힘찬 꿈을 발견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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