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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독서

금동원(琴東媛) 2021. 8. 26. 17:55

 

 

독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직업을 선택하는데 좀더 신중을 기한다면 아마 누구나 본질적으로 연구가나 관찰자가 되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본성과 운명에 대해서는 누구나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손을 위해 재산을 모으고, 가문이나 국가를 창설하고, 명성까지 얻는다고 해도 우리는 결국에는 죽게 되어있다. 그러나 진리를 다루면 우리는 불멸의 생명을 얻게 되며 변화나 재난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게 된다. (......)

  나의 거처는 사색을 하기 위한 곳일 뿐만 아니라 진지한 독서를 하기 위한 곳으로도 그 어느 대학보다 나았다. 내가 사는 곳은 그 흔한 순회도서관도 찾아오지 않는 곳이었지만 나는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몇 권의 책들의 영향력 속에 과거 어느 때보다 깊이 젖어들 게 되었다. 그 책들은 지금은 아마포로 만든 종이에 인쇄되고 있으나 처음에는 나무 껍질에 기록되었던 그런 책들이다. 시인 미르 가마르 웃딘 마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가만히 앉아서도 정신세계를 떠돌아다닐 수 있는 이점이 책 속에는 있다. 한 잔의 술로 기분 좋게 취하는 기쁨을 심오한 교리라는 술을 마셨을 때 맛볼 수 있다."

  나는 여름 내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책상 위에 놓아두었다. 그러나 이따금씩 밖에는 책장을 들추지 못했다. 집을 마저 지으랴 콩밭에서 김을 매랴 할 일이 끊이지 않아, 처음에는 진지하게 독서하는 것이 불가능햇던 것이다. 앞으로는 책을 읽을 시간이 많으려니 하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일하는 사이사이에 가벼운 여행기 한두 권을 읽었는데, 나중에 스스로가 부끄러워 내가 사는 곳이 도대체 어디냐고 자문해보았다. (......)

  오늘날 염가의 대량 출판이 자리를 잡고 그에 따라 많은 번역물이 나왔지만 영웅을  그린 옛 작가들에게 우리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접근 시켜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들은 과거나 다름없이 외로워보이며, 그들의 책들이 인쇄된 글자는 여전히 진귀하고 신기하게 보인다. 당신이 젊은 날의 소중한 시간을 바쳐 몇 마디나마 고전 어휘들을 공부하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이 어휘들은 거리의 천박함을 넘어서서 당신에게 영원한 암시와 자극을 줄 것이다.(......)

  독서를 잘하는 것, 즉 참다운 책을 참다운 정신으로 읽는 것은 고귀한 '운동'이며, 오늘날의 풍조가 존중하는 어떤 운동보다도 독자에게 힘이 드는 운동이다. 그것은 운동선수들이 받는 것과 같은 훈련과, 거의 평생에 걸친 꾸준한 자세로 독서를 하려는 마음가짐을 요한다. 책은 처음 쓰여졌을 때처럼 의도적으로 그리고 신중히 읽혀져야 한다.(......)

  책은 스스로 어떤 대의를 내세우지는 않는다. 그러나 책이 독자들을 계발시키고 정신적인 자양분을 공급하는 한, 양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책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왕 글자를 배운 이상 최고의 문학작품들을 읽어야 할 것이며, 평생 동안을 초등학교 4,5학년 학생처럼 교실 맨 앞줄에 앉아서 언제까지나 '에이 비 씨'와 단음절로 된 단어만을 되뇌고 있어서는 안되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읽을 줄 아는 것만으로, 또는 남이 읽어주는 글을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여 한 권의 좋은 책, 즉 성경의 가르침에 전적으로 몸을 맡겨버린다. 그리고 남은 평생을 무기력하게 살면서 이른바 '가까운 읽을거리'로 지적능력을 소모시켜버린다.(......)

  영어로 쓰여진 가장 훌륭한 책 중의 한 권을 막 읽고 난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는  그 책에 관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몇이나 찾아낼 수 있을까? 또는 그것이 훌륭한 책이라는 칭찬을 무식한 사람들까지 귀가 아프게 들어온 그리스어나 라틴어 고전을 그가 방금 읽었다고 하면 어떨까? 아마 그는 같이 이야기할 만한 사람을 찾아내지 못하여 끝내는 입을 다물 게 될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이 나라의 대학교수들 중에서 그리스어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하더라도 그리스 시인의 기지와 시의 난해성을 아울러 극복하고, 게다가 힘든 책을 혼자서 영웅적으로 읽어나가고 있는 학생을 도와줄 자상함까지 갖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든 책이 다 독자들만큼 따분한 것은 아니다. 어떤 책에는 어쩌면 우리의 현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들이 들어 잇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우리가 이 말들을 정말로 듣고 이해할 수만 있다면 아침이나 봄보다 우리의 삶에 더 큰 활력을 줄 것이며, 우리에게 사물의 새로운 측면을 보여줄 지 모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자기 인생의 새로운 기원을 마련했던가!

 

- 《월든》, (2001, 이레) <독서 P.143~P.15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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