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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의 힘

금동원(琴東媛) 2023. 11. 16. 00:52
목욕의 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14 19:00
 
 

금동원 시인

 

 

목욕의 효능은 누구나 알고 있다. 가볍게는 청결함과 육체적 피로를 풀고 따뜻하거나 혹은 차가운 물 속에 몸을 담그면 살아있음에 대한 자존감이 되살아난다. 질병에 대한 치료적 목적이라면 고혈압, 순환장애, 류머티즘과 각종 성인병의 치료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정서적 안정과 평화롭고 건강한 마음의 힐링을 주기도 한다. 오래전 유명한 모 대기업 회장의 새벽 목욕 일화는 유명하다. 이른 아침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목욕을 한 후 출근하여 업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욕탕에 몸을 담그고 마음을 새롭게 다지면 창조적인 에너지 창출과 업무능률의 재생산,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러들이는데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생활 습관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전 직원의 새벽 목욕을 권장했다는 후문이다.

목욕은 인간의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서 문화다. 목욕 후에는 차담을 즐기며 지인들과 사회적인 모임을 즐기기도 한다. 목욕은 생활의 무게로 찌든 답답한 일상에 적극적이고 긍정적 활기를 보태며 정신 건강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중독이 된다. 많은 장점과 긍정성이 가려지며 퇴폐와 타락이 될 수 있다. 지나친 쾌락과 사치의 수준으로 갈 때 소박하고 건전한 즐거움이 퇴색되기도 한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쇠망사’에서 불멸의 번영을 누린 위대한 제국이었지만 호화로운 목욕문화가 로마제국의 멸망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지적한다. 과유불급의 사치스러운 목욕문화는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는 얘기다. 

제주도에는 서귀포시 산방산 아래에 ‘산방산탄산온천’이 있다. 제주 삼도인 마라도, 가파도, 형제도, 제주 오산인 한라산, 산방산, 군산, 송악산, 단산의 중심에 위치에 있는 희귀한 천연 탄산 온천수이다. 탄산 온천 특유의 효능으로 목욕을 즐기는 많은 사람으로 늘 북적거리는 곳이다. 미온수 탕과 열탕, 천연 탄산 온천탕으로 이루어진 규모가 크진 않지만 편안한 휴식의 공간이다. 제주 최초의 대중 온천이기도 하다. 비둘기 울음소리와 사람을 구한 물이라는 중의적 뜻으로 ‘구명수’라고도 불린다.

이제 입동도 지나 초겨울의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온천목욕 나들이가 반갑다. 따뜻한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잠시 몸도 마음도 새롭게 다져보는 휴식이 여유롭고 편안하다. 혼자 즐기는 목욕은 또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자기만의 시간. 한없는 자유로움을 제공해준다. 어떤 누구도 내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불과 몇 시간이지만 홀로 목욕을 다녀오는 즐거움은 작은 일탈이자 행복한 소득이다. 하루쯤 세상이 이렇듯 홀가분하고 개운해도 좋다. 일본 여행지에서 잠시 머물며 온천욕을 즐기고 왔던 추억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벌써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복잡다단하고 바쁜 일상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겸 목욕 나들이의 짧은 여행을 다녀오는 기분도 새로울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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