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
예술은 아름답고 위대하지만 고달프고 힘겹다. 시대가 바뀌어 환경과 조건들이 많이 좋아지고 예술가에 대한 대우 역시 특별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당대를 주름잡으며 천재적 재능을 발휘하고 물질적인 풍요와 명성, 인기와 부를 누리며 살 수 있는 소수의 특별한 예술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많은 예술가는 가난과 긴 무명의 외로움을 겪는다. 어느 시대이고 예술가들은 고독과 혹독한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시간을 보낸다, 예술을 한다는 것이 세속적 명성을 얻고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한 예술가로 사는 삶은 운명적으로 고독하고 외롭고 절실할 수밖에 없다.
작년 연말 제주에서는 ‘제주 메세나’ 동행 행사가 있었다. ‘메세나(Mecenat)’의 어원은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등 당대 시인을 적극적으로 후원하였던 고대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의 정치가 ‘가이우스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오늘날에는 기업들이 문화 예술의 각 분야에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원하며 사회공헌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지칭한다. 예술단체와 예술가 개인의 창작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수준 높은 예술작품의 완성을 독려하고 끌어내는 견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제주 메세나 역시 기업과 제주 지역의 크고 작은 예술단체나 지원이 시급한 젊은 예술인들이 서로의 목에 동행의 목도리를 걸어주며 우의를 다지고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지역에 봉사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미 예술적 비범함과 천재적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들의 재능과 열정적 에너지를 작품의 완성에 쏟아부을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온 가문이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다빈치, 미켈란젤로 등을 후원했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한국에서는 1994년 한국의 경제와 문화 예술에 대한 국민의식을 높여 문화 예술 인구의 저변을 넓히고 문화 예술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한국 메세나 협회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발족하였다. 기업은 기업의 특성상 이윤과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지만, 문화 예술 분야의 잠재력이 충분한 재능을 가진 신인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은 매우 보람 있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후원이다. 젊고 재능이 뛰어나지만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없는 가난한 예술인들에게 물질적 지원과 작업 환경의 현실적 지원은 말 그대로 생명수 같은 반가운 일이다. 언젠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며 한 분야의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예술적 성취로 우뚝 설 잠재된 미래의 예술인들이기에 더욱 뜻깊은 일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조합의 동행이 제주 지역사회 문화 예술의 수준과 격을 한 단계 상승시키고 있다. 시를 쓰는 시인으로서도 뿌듯한 일이다. 설레고 마음 따뜻해지는 반가운 동행이자 위로로 전해진다. 선한 영향력이란 이럴 때 가장 적합하게 어울리는 말이다. 갑진년 새해에도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예술인 발굴과 감동적인 작품들이 창작되고 소개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