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2 황지우 안녕하신지요 또 한해가 갑니다 일몰의 동작대교 난간에 서서 금빛 강을 널널하게 바라봅니다 서쪽으로 가는 도도한 물은 좀더 이곳에 머물렀다가 가고 싶은 듯 한 자락 터키 카펫같은 스스로 발광하는 수면을 남겨두고 가데요 그 빛, 찡그린 그대 실눈에 대조해 보았으면 했습니다 마추픽추로 들어가는 지난번 엽서, 이제야 받았습니다 숨쉬는 것 마저 힘든 그 공중국가에 제 생애도 얼마간 걸쳐놓으면 다시 살고 싶은 마음 나겠지요마는 연말연시 피하여 어디 쓸쓸한 곳에 가서 하냥 멍하니, 있고 싶어요 머리 갸우뚱하고 물밑을 내려다보는 게으른 새처럼 의아하게 제 삶을 흘러가게 하게요 -시집『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1998,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