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2
황지우
안녕하신지요 또 한해가 갑니다
일몰의 동작대교 난간에 서서
금빛 강을 널널하게 바라봅니다
서쪽으로 가는 도도한 물은
좀더 이곳에 머물렀다가 가고 싶은 듯
한 자락 터키 카펫같은
스스로 발광하는 수면을
남겨두고 가데요
그 빛, 찡그린 그대 실눈에
대조해 보았으면 했습니다
마추픽추로 들어가는 지난번 엽서,
이제야 받았습니다
숨쉬는 것 마저 힘든
그 공중국가에 제 생애도
얼마간 걸쳐놓으면 다시
살고 싶은 마음 나겠지요마는
연말연시 피하여 어디 쓸쓸한 곳에 가서
하냥 멍하니, 있고 싶어요
머리 갸우뚱하고 물밑을 내려다보는
게으른 새처럼
의아하게 제 삶을 흘러가게 하게요
-시집『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1998, 문학과 지성사)
'시인의 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의 꿈 세계/ 헤르만 헤세 (0) | 2015.12.14 |
---|---|
안부1/ 황지우 (0) | 2015.12.06 |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 (0) | 2015.12.05 |
겨울/ 홍윤숙(1925~2015) (0) | 2015.11.20 |
等雨量線 1/ 황지우 (0) | 2015.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