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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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무크지 <상상탐구> 3호

금동원(琴東媛) 2017. 7. 13. 22:42

 

눈시리게 투명한 날, 그런 날 외 1편

 

금동원

 

 

벗꽃이 지고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어느 봄 날

눈 시리게 투명한 날, 그런 날

 

요양원에 계시는 시어머니는 어린 계집아이처럼

점점 천진해지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복사빛 볼

회춘의 자리

짓물러 얼룩진 눅진한 생명의 자리

벗꽃도 지다가 다시 피어나는 자리

시간도 흐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 있다

 

생로병사의 뜻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아

자연을 거스르지는 말자고 결심해보지만

지는 꽃을 다시 피울 수만 있다면

보고픈 얼굴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낙화의 아련하고 슬픈 고요를

점점 멀어져가는 목숨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벗꽃이 지고 있다

하얀 무덤 같은 어느 봄 밤

꽃잎 다 사라지면 연한 초록 잎 다시 돋아날까

 

-  2017 무크지상상탐구』3호, (2017, 계간문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