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리게 투명한 날, 그런 날 외 1편
금동원
벗꽃이 지고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어느 봄 날
눈 시리게 투명한 날, 그런 날
요양원에 계시는 시어머니는 어린 계집아이처럼
점점 천진해지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복사빛 볼
회춘의 자리
짓물러 얼룩진 눅진한 생명의 자리
벗꽃도 지다가 다시 피어나는 자리
시간도 흐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 있다
생로병사의 뜻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아
자연을 거스르지는 말자고 결심해보지만
지는 꽃을 다시 피울 수만 있다면
보고픈 얼굴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낙화의 아련하고 슬픈 고요를
점점 멀어져가는 목숨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벗꽃이 지고 있다
하얀 무덤 같은 어느 봄 밤
꽃잎 다 사라지면 연한 초록 잎 다시 돋아날까
- 2017 무크지『상상탐구』제3호, (2017, 계간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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