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는 너다 2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1983, 문학과 지성사) 황지우의 시집. 기존의 정통적인 시 관념을 과감하게 부수면서, 언어와 작업에서 대담한 실험과 전위적 수법을 만들어내고 있는 저자의 첫 번째 시집이다..

책 이야기 2016.04.03

안부1/ 황지우

안부 1 황지우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 어렸을 적에도 눈뜨자마자 엄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마다 살며시 열어보는 문: 이 조마조마한 문지방에서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필사적일까? 당신은 똥싼 옷을 서랍장에 숨겨놓고 자신에서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 생을 부끄러워하고 계셨다. 나를 이 세상에 밀어놓은 당신의 밑을 샤워기로 뿌려 씻긴 다음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벗겨드리니까 웬 꼬마 계집아이가 콧물을 흘리며 얌전하게 보료 위에 앉아 계신다. 그 가벼움에 대해선 우리 말하지 말자. -시집『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1998,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