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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금동원(琴東媛) 2016. 4. 3. 14:09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1983, 문학과 지성사)

 

황지우의 시집. 기존의 정통적인 시 관념을 과감하게 부수면서, 언어와 작업에서 대담한 실험과 전위적 수법을 만들어내고 있는 저자의 첫 번째 시집이다. 형태 파괴적 작업을 통해 날카로운 풍자와 강렬한 부정의 정신, 그리고 그것들의 안에 도사린 슬픔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문학과지성사시인선' 제32권이다.

 

[독자리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2013-05-26

블로그 주소: http;//booklog.kyobook.co.kr/everrock/1254007

 

  19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그리고 지금 SNS로 대변되는 혼란의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 황지우 시인의 시집을 처음으로 읽었다. 누구라도 그렇듯이 압축성장(나는 압축성장이라는 말보다는 그냥 압축의 시대라는 말이 좋다)해 온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살아 온 사람이라면 이 시집에서 말하려는 의미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매스컴은 反커뮤니케이션이라고 칭하는 시인의 말이 일견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유난히 신문기사나 신문 제목에서 소재를 찾은 듯하고 그를 통해 시의성있는 당대의 이야기들을 30년의 간극을 두고 이해하게된다. 왼쪽이냐 오른쪽이냐의 물음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시인의 말대로 문학은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할 뿐만 아니라 표현 할 수 없는 것,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도전과 표현하고 싶은 욕구로 부터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리라.

  자꾸만 한 해 두 해 나이들어 갈 수록 80년대가...90년대가...00년대가...가물 가물해지는 70년대가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그건 그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라기보다는 나라는 사람, 나라는 존재의 과거, 사랑하는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이겠지.

  치열한 삶, 제1한강교의 갈매기, 죽어버린 병아리, 신림동 봉천동의 풍경, 버스 안내양, 버스 정거장,... 그런 것들, 이제는 지나가버린 것들, 그리고 지나가고 있는 것들이 사뭇 아쉽게만 느껴진다.

 

목차

沿革 = 11
만수산 드렁칡·1 = 13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1 = 14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2 = 15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3 = 16
草露와 같이 = 17
手旗를 흔들며 = 18
만수산 드렁칡·2 = 20
만수산 드렁칡·3 = 22
歸巢의 새·2 = 23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김형사에게 = 24
그날그날의 현장 검증 = 26
이 문으로 = 27
애프킬라를 뿌리며 = 28
심인 = 29
오늘도 무사히 = 30
의혹을 향하여 = 32
입성한 날 = 34
아내의 수공업 = 35
메아리를 위한 覺書 = 36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37
파란만장 = 38
만수산 드렁칡·4 = 39
에서·묘지·안개꽃·5월·시외버스·하얀 = 40
그대의 표정 앞에 = 42
같은 緯度 위에서 = 44
몬테비데오 1980년 겨울 = 46
飛火하는 불새 = 50
자물쇠 속의 긴 낭하 = 52
旅程 = 54
베이루트여, 베이루트여 = 58
활엽수림에서 = 60
천사들의 계절 = 64
신림동 바닥에서 = 65
흔적Ⅲ·1980(5.18×5.27cm)·李暎浩作 = 66
벽·1 = 67
徐伐, 셔발, 셔발, 서울, SEOUL = 68
'日出'이라는 한자를 찬, 찬, 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 72
第一回 金洙暎文學賞 = 74
5월 그 하루 무덥던 날 = 76
호명 = 79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 80
묵념, 5분 27초 = 81
도대체 시란 무엇인가 = 82
숙자는 남편이 야속해 = 85
다음 진술들 가운데 버트란트 러셀卿의‥‥ = 86
採石江까지 걸어가면서 = 89
파리떼 = 90
西風 앞에서 = 95
제 1 한강교에 날아든 갈매기 = 96
'제 1 한강교에 날아든 갈매기'의 時作 메모·1 = 99
'제 1 한강교에 날아든 갈매기'의 時作 메모·2 = 100
목마와 딸 = 101
남동생을 찻습니다‥‥ = 102
한국생명보험회사 송일환씨의 어느 날 = 104
이준태(‥‥)의 근황 = 107
活路를 찾아서 = 108
(95) 청량리 - 서울대 = 112
몸부림 = 115
벽·2 = 116
해설 타오르는 불의 푸르름 / 김현 =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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