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1983, 문학과 지성사)
황지우의 시집. 기존의 정통적인 시 관념을 과감하게 부수면서, 언어와 작업에서 대담한 실험과 전위적 수법을 만들어내고 있는 저자의 첫 번째 시집이다. 형태 파괴적 작업을 통해 날카로운 풍자와 강렬한 부정의 정신, 그리고 그것들의 안에 도사린 슬픔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문학과지성사시인선' 제32권이다.
[독자리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2013-05-26
블로그 주소: http;//booklog.kyobook.co.kr/everrock/1254007
19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그리고 지금 SNS로 대변되는 혼란의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 황지우 시인의 시집을 처음으로 읽었다. 누구라도 그렇듯이 압축성장(나는 압축성장이라는 말보다는 그냥 압축의 시대라는 말이 좋다)해 온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살아 온 사람이라면 이 시집에서 말하려는 의미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매스컴은 反커뮤니케이션이라고 칭하는 시인의 말이 일견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유난히 신문기사나 신문 제목에서 소재를 찾은 듯하고 그를 통해 시의성있는 당대의 이야기들을 30년의 간극을 두고 이해하게된다. 왼쪽이냐 오른쪽이냐의 물음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시인의 말대로 문학은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할 뿐만 아니라 표현 할 수 없는 것,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도전과 표현하고 싶은 욕구로 부터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리라.
자꾸만 한 해 두 해 나이들어 갈 수록 80년대가...90년대가...00년대가...가물 가물해지는 70년대가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그건 그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라기보다는 나라는 사람, 나라는 존재의 과거, 사랑하는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이겠지.
치열한 삶, 제1한강교의 갈매기, 죽어버린 병아리, 신림동 봉천동의 풍경, 버스 안내양, 버스 정거장,... 그런 것들, 이제는 지나가버린 것들, 그리고 지나가고 있는 것들이 사뭇 아쉽게만 느껴진다.
목차
만수산 드렁칡·1 = 13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1 = 14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2 = 15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3 = 16
草露와 같이 = 17
手旗를 흔들며 = 18
만수산 드렁칡·2 = 20
만수산 드렁칡·3 = 22
歸巢의 새·2 = 23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김형사에게 = 24
그날그날의 현장 검증 = 26
이 문으로 = 27
애프킬라를 뿌리며 = 28
심인 = 29
오늘도 무사히 = 30
의혹을 향하여 = 32
입성한 날 = 34
아내의 수공업 = 35
메아리를 위한 覺書 = 36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37
파란만장 = 38
만수산 드렁칡·4 = 39
에서·묘지·안개꽃·5월·시외버스·하얀 = 40
그대의 표정 앞에 = 42
같은 緯度 위에서 = 44
몬테비데오 1980년 겨울 = 46
飛火하는 불새 = 50
자물쇠 속의 긴 낭하 = 52
旅程 = 54
베이루트여, 베이루트여 = 58
활엽수림에서 = 60
천사들의 계절 = 64
신림동 바닥에서 = 65
흔적Ⅲ·1980(5.18×5.27cm)·李暎浩作 = 66
벽·1 = 67
徐伐, 셔발, 셔발, 서울, SEOUL = 68
'日出'이라는 한자를 찬, 찬, 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 72
第一回 金洙暎文學賞 = 74
5월 그 하루 무덥던 날 = 76
호명 = 79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 80
묵념, 5분 27초 = 81
도대체 시란 무엇인가 = 82
숙자는 남편이 야속해 = 85
다음 진술들 가운데 버트란트 러셀卿의‥‥ = 86
採石江까지 걸어가면서 = 89
파리떼 = 90
西風 앞에서 = 95
제 1 한강교에 날아든 갈매기 = 96
'제 1 한강교에 날아든 갈매기'의 時作 메모·1 = 99
'제 1 한강교에 날아든 갈매기'의 時作 메모·2 = 100
목마와 딸 = 101
남동생을 찻습니다‥‥ = 102
한국생명보험회사 송일환씨의 어느 날 = 104
이준태(‥‥)의 근황 = 107
活路를 찾아서 = 108
(95) 청량리 - 서울대 = 112
몸부림 = 115
벽·2 = 116
해설 타오르는 불의 푸르름 / 김현 =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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