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가야(安羅國) 금동원 아라가야에서 날아든 홀씨 하나 바람결에 몸 속 깊이 들어와 속삭인다 아라가야를 보여주세요 아라가야를 들려주세요 마음은 온통 억새밭이다 치마폭에 담은 듯 너그러운 성산 산성의 왕궁 터엔 환청처럼 가야금 선율이 들려오고 난 아라가야의 여인이 되어 수줍음과 그리움의 작은 노래 불러본다 함안 말산리 오자등*에 오르면 처녀의 젖가슴 닮은 고분들이 수줍게 봉긋봉긋 엎드려있고 세월이 쌓아올린 적적한 고요만이 그림자처럼 길게 드리워져있다 아라가야로 돌아갈래요 아라가야로 보내주세요 땅 속 깊이 숨겨둔 아라가야의 정표를 찾아 오늘도 바람은 강으로 흐르고 긴 여로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오자등: 고분군이 위치한 구릉지대 - 『여름낙엽』, (월간문학출판부,2008) 〈삼국유사〉 오가야조에 아라가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