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우화의 강 4

이름 부르기/ 마종기

이름 부르기 마종기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검은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 막막한 소리로 거듭 울어대면 어느 틈에 비슷한 새 한 마리 날아와 시치미 떼고 옆가지에 앉았다. 가까이서 날개로 바람도 만들었다.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새가 언제부턴가 오지 않는다. 아무리 이름 불러도 보이지 않는다. 한적하고 가문 밤에는 잠꼬대 되어 같은 가지에서 자기 새를 찾는 새. 방 안 가득 무거운 편견이 가라앉고 멀리 이끼 낀 기적 소리가 낯설게 밤과 밤 사이를 뚫다가 사라진다.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는 게 보인다. 부서진 마음도 보도에 굴러다닌다. 이름까지 감추고 모두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2006, 문학과 지성사)

그림 그리기/ 마종기

그림 그리기 마종기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겨울같이 단순해지기로 했다. 창밖의 나무는 잠들고 形象의 눈은 헤매는 자의 뼈 속에 쌓인다. 항아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빈 들판같이 살기로 했다. 남아 있던 것은 모두 썩어서 목마른 자의 술이 되게 하고 자라지 않는 사랑의 풀을 위해 어둡고 긴 內面의 길을 핥기 시작했다.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 1980, 문학과 지성사) 馬種基 시의 대상은 대부분 私的이다. 시뿐만 아니라 문학 일반에서 이라는 말은 그리 좋은 말이 못 된다. 문학이 쓰는 사람, 즉 작가의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작가 자신만의 이야기, 다시 말해서 사적이어서는 안 된다. (......)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면서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 그것은 보편성이라는 말로 부른다면 이 보편..

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

《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 -마종기 저 | &(앤드) ○책 소개 시인 마종기가 예술 산문 『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을 펴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동문학가인 마해송과 현대무용가인 박외선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한국의 대표적 시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에는 그가 그간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서 시적 감성을 자극했던 수많은 예술 작품과 모티프들, 그 눈부시던 감동의 순간들과 인생에 대한 성찰, 모국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사랑했던 이들과의 예기치 못했던 작별 그리고 시의 행간 속에 고여 있던 뜨거운 눈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66년 여름, 그는 공군 군의관 때 제대를 앞두고 재경문인 한일회담 반대서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공군본부 광장에서 체포돼 몇 달 후 미국으로 가야 했다. ‘다시는 ..

책 이야기 2021.05.06

오래된 질문 / 마종기

오래된 질문 마종기 여러 개의 꽃을 가진 부자보다 한 개의 꽃을 겨우 가진 네가 행복하구나. 한 개의 꽃만 있으니 그 꽃의 시작과 끝을 알고 꽃잎의 색깔이 언제쯤 물 드는지, 비밀스럽게 언제쯤 향기를 만드는지. 다가가면 왜 미소를 전하는지, 몇 시쯤 잠이 드는지. 잠이 들면 그 숨소리도 하나씩 다 들을 수 있는 황홀, 꽃을 한 개만 가진 이가 소유의 뜻을 세밀하게 아네. 그러나 언젠가 나이 들어 다 늙고 시든 몸으로 우리가 맨 땅에 질 때, 생전의 모든 의미는 꽃의 어느 기억에 남을까. 아깝고 귀하다고 누가 우리 가까이 다가와 빈손을 잡아 잠 깨워줄까. 기도해 주어! -죽은 내 친구 규창이 뇌졸중으로 갑자기 반신불수가 된 내 오랜 친구를 병문안 갔더니 친구는 침대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성한 한쪽 손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