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시인의 詩를 읽다

이름 부르기/ 마종기

금동원(琴東媛) 2022. 1. 17. 20:43

이름 부르기

 

마종기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검은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

막막한 소리로 거듭 울어대면

어느 틈에 비슷한 새 한 마리 날아와

시치미 떼고 옆가지에 앉았다.

가까이서 날개로 바람도 만들었다.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새가 언제부턴가 오지 않는다.

아무리 이름 불러도 보이지 않는다.

한적하고 가문 밤에는 잠꼬대 되어

같은 가지에서 자기 새를 찾는 새.

 

방 안 가득 무거운 편견이 가라앉고

멀리 이끼 낀 기적 소리가 낯설게

밤과 밤 사이를 뚫다가 사라진다.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는 게 보인다.

부서진 마음도 보도에 굴러다닌다.

이름까지 감추고 모두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2006, 문학과 지성사)

 

'시인의 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 불어 / 윤동주  (0) 2022.02.06
동행.2 /금동원  (0) 2022.01.23
오어사(悟漁寺)에 가서 원효를 만나다/ 황동규  (0) 2021.12.02
조용한 일/ 김사인  (0) 2021.11.21
듣는 사람/ 이시영  (0) 2021.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