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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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이 시대의 사랑법 2

연인들 / 최승자

더스트 인 더 윈드, 캔자스 최승자 ​ ​ 창문 밖, 사막, 바라보고 있다. 내세의 모래 언덕들, 전생처럼 불어가는 모래의 바람. 창가에서 이 십 년 전쯤 처음 만났던 노래를 들으며 찻잔을 홀짝이다가, 나는 결정한다. 이제껏 내가 먹여 키워왔던 슬픔들을 이제 결정적으로 밟아버리겠다고 한때는 그것들이 날 뜯어먹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자신이 그것들을 얼마나 정성스레 먹여 키웠는지 이제 안다. 그 슬픔들은 사실이었고, 진실이었지만 그러나 대책 없는 픽션이었고, 연결되지 않는 숏 스토리들이었다. 하지만 이젠 저 창 밖 풍경, 저 불모를 지탱해주는 눈먼 하늘의 흰자위, 저 무한으로 번져가는 무색 투명에 기대고 싶다 더스트 인 더 윈드, 캔자스 ​ -《연인들》, (1999, 문학동네) ○책 속으로 책속에서 누가..

詩 이모저모 2022.04.15

동백꽃 유서/ 이애정

사는 법. Ⅺ -동백꽃 유서 이 애정 불꽃처럼 살았으니 죽어진들 또 어떠리 침묵 뿐인 겨울 땅 밑에서 꿈을 키웠던 건 뜨겁고 뜨겁게 살기 위해서였어 모진 해풍에 입춘도 지나 때늦은 눈이 내려도 내가 피어 있음은 진정 꽃답게 죽고 싶었기 때문이지 타오르던 사랑 끝내 지켜주지 못했지만 기억마저 묻히진 않을거야 한껏 피우자 오늘은 열정 없이도 늙음이 삶보다 슬픈 것을. -《이 시대의 사랑법》, ( 2006,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