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의 어느 스님을 생각하며 이 성선 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자신 속에 조용히 앉아 있어도 그의 영혼은 길가에 핀 풀꽃처럼 눈부시다 새는 세상을 날며 그 날개가 세상에 닿지 않는다 나비는 푸른 바다에서 일어나는 해처럼 맑은 얼굴로 아침 정원을 산책하며 작은 날개로 시간을 접었다 폈다 한다 모두가 잠든 밤중에 달 피리는 혼자 숲나무 위를 걸어간다 우리가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새처럼 가난하고 나비처럼 신성할 것 잎 떨어진 나무에 귀를 대는 조각달처럼 사랑으로 침묵할 것 그렇게 서로를 들을 것 『내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2000, 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