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며 외 1편 금동원 1. 겨울 내내 차나무는 뿌리에서부터 짙어진다 비바람을 견디며 여린 잎은 세상을 경계하는 얇은 막을 풀고 땅 속에서부터 단단하게 밀어올린 고통과 뜨거움이 숨어있는 가장 보드라운 연둣빛 잎을 피운다 2. 새의 혀처럼 가녀리고 보드라운 잎사귀는 인내의 맛 아픔의 맛 헌신의 맛 견딤과 어울림의 맛 기다림의 고통을 덖으며 만들어낸 은은하고 맑은 완성의 향을 우려낸다 3.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 결실에는 차 잎의 아픔과 짓이김 속에 뜨거움으로 치대고 비비고 쥐어짜면 배어나오는 푸른 피 상처를 품고 견딘 빛나는 몸의 부활 아홉 번의 덖음은 연약함을 이겨내고 숙성된 피의 맛으로 향기롭고 신선한 햇차가 된다 4. 가장 순결한 첫 잎의 차 맛은 제 몸을 던져 만든 마지막 사랑 삶이란 언제나 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