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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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497번지

금동원(琴東媛) 2020. 10. 29. 07:58

 

 

차를 마시며  외 1편

 

금동원 

 

 

1.

 

겨울 내내 차나무는 뿌리에서부터 짙어진다

비바람을 견디며

여린 잎은 세상을 경계하는 얇은 막을 풀고

땅 속에서부터 단단하게 밀어올린

고통과 뜨거움이 숨어있는

가장 보드라운 연둣빛 잎을 피운다

 

2.

 

새의 혀처럼 가녀리고 보드라운 잎사귀는

인내의 맛

아픔의 맛

헌신의 맛

견딤과 어울림의 맛

기다림의 고통을 덖으며 만들어낸

은은하고 맑은 완성의 향을 우려낸다

 

3.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 결실에는

차 잎의 아픔과 짓이김 속에

뜨거움으로 치대고 비비고 쥐어짜면

배어나오는 푸른 피

상처를 품고 견딘 빛나는 몸의 부활

아홉 번의 덖음은

연약함을 이겨내고 숙성된 피의 맛으로

향기롭고 신선한 햇차가 된다

 

4.

 

가장 순결한 첫 잎의 차 맛은

제 몸을 던져 만든 마지막 사랑

삶이란 언제나 견디며 만들어가는 믿음 같은 것

시와 닮은 차를 마시며

시로 다할 수 없는 생의 뜨거움을 품는다

 

 

가을 기도

 

 

함께 가는 길, 언제나

눈이 부시게 하소서

감사와 기쁨으로 기도할 수 있게 하소서

오월의 덩굴장미처럼 마주보고 활짝 웃을 수 있게 하소서

따뜻한 손의 온기와 부드러운 눈빛으로 마음의 평온 있게 하소서

서늘한 그리움, 그 설렘으로

누구든지 사랑할 수 있게 하소서

함께 울고 보듬어주는 위로의 가슴이 되게 하소서

지금 이순간 최선을 다해 삶을 사랑하고

하루하루 시를 쓰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날들이게 하소서

가을 날 무르익은 풍요와 사랑으로

함께 가는 길

언제나 모든 이의 작은 소망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이루어지게 하소서

 

 

- 2020 [토지문학제  기념사화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