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문정희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숨죽여 홀로 운 것도 그때였을 것이다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을지도 몰라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으면 당신을 못 볼지도 몰라 입술을 열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 한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을 꽃 속에 박힌 까아만 죽음을 비로소 알며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의 심장이 지금 뛰는 것을 당신께 고백한 적이 있다면......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절박하게 허공을 두드리며 사랑을 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 김사인 『시를 어루만지다』, (도서출판,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