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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 문정희

금동원(琴東媛) 2019. 3. 5. 00:42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문정희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숨죽여 홀로 운 것도 그때였을 것이다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을지도 몰라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으면

당신을 못 볼지도 몰라

입술을 열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

 

한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을

꽃 속에 박힌 까아만 죽음을

비로소 알며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의 심장이 지금 뛰는 것을

당신께 고백한 적이 있다면......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절박하게 허공을 두드리며

사랑을 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 김사인 『시를 어루만지다』, (도서출판,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