射手의 잠 박 기영 그날, 어둠 쌓인 슬픔 속에서 내가 버린 화살들이 어떤 자세로 풀밭 위에 누워 있는지 모르더라도 나는 기억해내고 싶다. 빗방울이 모래 위에 짓는 둥근 집 속으로 생각이 젖어 들어가면 말라빠진 몸보다 먼저 마음 아파오고, 머리 풀고 나무 위에 잠이 든 새들이 자신의 마당에 떨어진 별들의 그림자를 지우기도 전에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어떻게 스스로의 이름을 가슴에 새겨둘 수 있는지. 추억의 손톱 자국들 무성하게 자란 들판 너머로 노랗게 세월의 잎사귀 물들어 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는 벽에 기대어서도 하늘 나는 새들의 숨쉬는 소리 들을 수 있고, 숲에 닿지 않아도 숨겨진 짐승의 발자국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접혔던 전생의 달력을 펴고 이마에 자라난 유적의 잔가지들을 헤치고 들어가면 태양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