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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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시인의 詩를 읽다

射手의 잠/ 박기영

금동원(琴東媛) 2016. 3. 1. 23:39

 

 

射手의 잠

 

박 기영

 

그날, 어둠 쌓인 슬픔 속에서

내가 버린 화살들이

어떤 자세로 풀밭 위에 누워 있는지 모르더라도

나는 기억해내고 싶다. 빗방울이

모래 위에 짓는 둥근 집 속으로 생각이 젖어 들어가면

말라빠진 몸보다 먼저 마음 아파오고,

머리 풀고 나무 위에 잠이 든 새들이 자신의 마당에 떨어진

별들의 그림자를 지우기도 전에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어떻게 스스로의 이름을 가슴에 새겨둘 수 있는지.

추억의 손톱 자국들 무성하게 자란 들판 너머로

노랗게 세월의 잎사귀 물들어 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는 벽에 기대어서도

하늘 나는 새들의 숨쉬는 소리 들을 수 있고,

숲에 닿지 않아도 숨겨진 짐승의 발자국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접혔던 전생의 달력을 펴고

이마에 자라난 유적의 잔가지들을 헤치고 들어가면

태양계 밖으로 긴 꼬리를 끌고 달아나던 혜성이

내가 땅 위에 꽂아둔 화살의 깃털을 집기도 전에

진로를 바꾸어 해보다 더 큰 빛을 발하며 내 품안으로 날아 들어오는 것도

나는 이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땀 젖은 윗도리 벗고

어둠과 함께 가만히 별자리에 떠 있으면

나는 또 모든 것을

등뒤에 새겨둘 수 있을 것 같다.

태양의 곁에 누워서 자전의 바퀴 굴리지 않더라도

걱정에 싸인 별들이

저녁이면 다시 하늘 위로 솟아오르는 까닭을.

역마살이 낀 내 잠의 둘레에

어떤 별들이 밤이면 궤도를 그리며 떠돌고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