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1996년 노벨문학상 5

여기(Tutaj)/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여기(Tutaj)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다른 곳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여기 지구에서는 모든 것이 꽤나 풍요로워. 여기서 사람들은 의자와 슬픔을 제조하지. 가위, 바이올린, 자상함, 트렌지스터, 댐, 농담, 찻잔들을. 어쩌면 다른 곳에서는 모든 게 더욱 풍족할 수도 있어. 단지 어떤 사연에 의해 그림이 부족하고, 브라운관과 피에로기*, 눈물을 닦는 손수건이 부족할 뿐. 여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장소와 그 주변 지역들이 있어. 그중 어떤 곳은 네가 특별히 좋아해서 거기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고, 위해(危害)로부터 그곳을 지켜내고 있는지도 몰라. 어쩌면 다른 곳에도 여기와 비슷한 장소가 있지 않을까. 단지 거기서는 아무도 그곳을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을 뿐. 어쩌면 다른 어느 곳과도 달리,혹은 거의 대부분..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연설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연설문 시인과 세계 -1996년 12월 27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연설에서는 늘 첫 마디가 제일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자, 이미 첫 마디는 이렇게 지나갔군요. 하지만 다음 문장, 또 그 다음 문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번째, 여섯번째, 열번째,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 이를 때까지도 이러한 고민과 어려움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무엇이 아닌, '시(詩)'에 관해서 말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시와 관련하여 연설을 하는 것은 제게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어쩌면 처음인 듯싶군요. 나는 항상 스스로가 연설에는 영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므로 내 수상 소감은 그리 길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부족하고, 불완전한 것이라 해도 한번에 조금만 주어진다면 훨씬 견디기 쉬..

인물 산책 2017.02.21

충분하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충분하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최성은 옮김 | 문학과 지성사 책 소개 ‘끝과 시작’의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미발간 육필 원고가 수록 된 책.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유고 시집 『충분하다』. 존재의 본질을 향한 열린 시선을 고수하며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상에서 삶의 비범한 지혜를 캐내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작품이 담겨있는 이 책은 작가가 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시집 《여기》와 사후에 출간된《충분하다》를 묶은 것이다. 보통 스무 편 정도의 시를 묶어 정규 시집을 출간했던 쉼보르스카는 숨을 거두기 전까지 총 열세 편에 불과한 시를 완성했고, 나머지 여섯 편의 시는 시작은 했지만 미완성으로 남겨지고 말았다. 이 여섯 편의 미완성 작품들은 동료 시인이지 편집자인 리샤르드 ..

책 이야기 2016.03.03

단어를 찾아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단어를 찾아서 Szukam slowa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 솟구치는 말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의 생생함으로. 사전에서 훔쳐 일상적인 단어를 골랐다. 열심히 고민하고, 따져보고, 헤아려보지만 그 어느 것도 적절치 못하다 가장 용감한 단어는 여전히 비겁하고, 가장 천박한 단어는 너무나 거룩하다. 가장 잔인한 단어는 지극히 자비롭고, 가장 적대적인 단어는 퍽이나 온건하다. 그 단어는 화산 같아야 한다. 격렬하게 솟구쳐 힘차게 분출되어야 한다. 무서운 신의 분노처럼, 피 끓는 증오처럼. 나는 바란다. 그것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기를. 피로 흥건하게 물든 고문실 벽처럼 내 안에 무덤들이 똬리를 틀지언정, 나는 정확하게, 분명하게 기술하고 싶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무슨 일이..

두 번은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2012) 두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하루도 없다 두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으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때 난 별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지? 꽃이었던가 돌은 아닐까?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그래서 넌-흘러가야만 해 흘러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