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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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소식

연재 [詩작법, 대학 강의](3)

금동원(琴東媛) 2009. 12. 5. 15:04

 

 

다음에는 역시 널리 애송되어 오는 김춘수의 시 [꽃]을 읽어 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이 시는 서정시가 아니다. ‘꽃’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존재론적 인식과 그 고독한 내면 세계를 추구하고 있는 심층심리적인 쉬르레알리슴(초현실주의)의 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제2연)고 하는 꽃과 나의 ‘관계’가 비로소 초현실적으로 성립된다. ‘이름을 불러 주었’다는 호명에서 드디어 꽃의 존재가 확립된 것이다. 흔히 꽃을 그 형태미며 향기와 생명력을 가지고 노래해 온 그런 서정시가 아닌, 주지시다.

 화자는 그가 꽃과 만나 꽃의 이름을 불러주어 교감하더니 이번에는 그가 ‘꽃’이 되기를 소망한다. 즉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제3연) 하고 애원한다. 일상적인 의미로서의 꽃의 시가 아닌 고독의 극복을 통한 삶의 새로운 의미를, 그 가치를 추구하는 시다.

 

이번에는 뒤이어 현대 여류시인 금동원 꽃시를 감상해 본다.

 

영원한 푸른 꽃이고 싶다

사방이 열린 소통이고 싶다

뿌리가 깊은 시간이고 싶다

하늘을 향해선 미소를

땅을 엿보았을 땐 겸손을

사람의 냄새를 지닌 숨결이고 싶다

무지개 빛깔의 찬란함 속에서

제 색깔을 골라내는 시선으로

서로를 보듬고 껴안을 가슴을 지니고 싶다

떠오르는 태양을 가슴에 품고

석양의 향기를 갈무리 하는

오늘도 하루를 사는 참인간이 되리라

 

 

-[소나무꽃] 전문

 

 

 금동원의 꽃시 [소나무꽃]은 자연미의 상징인 꽃을 통한 성찰의 미학이다. 릴리시즘으로으 꽃과 이미지즘으로서의 주지시의 대표적인 작품이 김춘수의 명시 [꽃]이 이름나거니와 현대 여류 금동원 시인의 아포리즘으로서의 꽃시 [소나무 꽃]을 크게 주목하고 싶다. 꽃을 상징적으로 제시하며 시창작의 새로움을 좇고있는 화자로서는 “영원한 푸른 꽃이고 싶다/사방이 열린 소통소통이고 싶다/뿌리가 깊은 시간이고 싶다/ 하늘을 향해선 미소를/땅을 엿보았을 땐 겸손을/사람의 냄새를 지닌 숨결이고 싶다”(전반부)라는 꽃의 의인화를 통한 인간애의 휴머니즘으로서의 윤리적 성찰로서 자못 새롭고 빛나는 정신의 시예술의 형상화 작업이 이닌가 한다. 이런 깔끔하고도 참다운 삶의 진지한 자세 추구와 각성은 21세기라는 오늘의 이 어지러운 부도덕한 시대에 새로운 삶의 희망찬 지침을 뜨겁게 우리들 가슴마다 안겨주는 빛나는 메시지다. “떠오르는 태양을 가슴에 품고/석양의 향기를 갈무리 하는/오늘도 하루를 사는 참인간이 되리라”(최종부)는 결의는 어느 의미로서거나 아포리즘으로서의 꽃을 통한 성찰의 새로운 미학적 시세계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집 뜰에는

 

지금 라일락꽃이 한창이네.

 

작년에도 그 자리에서 피었건만

 

금년에도 야단스레 피어

 

그 향기가 사방에 퍼지고 있네.

 

 

 

그러나

 

작년 꽃과 금년 꽃은

 

한 나무에 피었건만

 

분명 똑같은 아름다움은 아니네.

 

그러고 보니

 

이 꽃과 나와는 잠시

 

시공(時空)에는 헤어져야 하니

 

오직 한 번밖에 없는

 

절실한 반가움으로 잠시

 

한자리 머무는 것뿐이네.

 

아, 그러고 보니

 

세상일은 다

 

하늘에 흐르는 구름 같은 것이네.

 

[라일락 꽃을 보면서] 전문

 

 박재삼은 [라일락 꽃을 보면서] 자아의 인간적인 모습을 살피고 있는 게 이 작품의 특색이다. 제1연에서는 작년에 피었던 라일락 꽃과 올해 핀 꽃이, 제2연에서는 똑같은 꽃나무이건만, 작년과 같은 똑같은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하는 즉 ‘시간의 흐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시인은 비단 지난해의 그 꽃과 오늘의 그 꽃의 아름다움의 차이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인은 해마다 달리 아름답게 피는 라일락 꽃과 ‘미구(未久)에는 헤어져야’ 한다는 ‘이별’을 표현하고 있다. 즉 인생의 무상(無常)을 강조하고 있는 게 이 시의 특징적 표현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 시는 마지막에 가서 세상일은 다/ 하늘에 흐르는 구름 같은 것‘이라는 허무(虛無)의 의지마저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까 마당에 피어있는 한 그루의 ‘라일락 꽃’을 통해서 이시는 참으로 진지하게 인생(人生)을 관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분도 단순히 꽃의 아름다움만을 노래하는 게 아니라 꽃의 시를 통해서 다양한 발상(發想)과 표현을 해주기 바란다. 다음 조병무의 [봉숭아]를 감상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