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금동원
글을 담급니다
순 토종의 메주콩을 골라 가마솥에 삶아내 듯
알알이 겉도는 말들이
장작더미 가득 품고 온몸으로 끓어오르는 동안
알맞게 물러 부드럽고 풍부해지면
마음으로 찧고 또 찧어
매끌매끌 토닥토닥 어르고 다듬어서
거칠하고 순박한 정성으로 묶습니다
파랗고 높아 휘파람 같은 하늘과
솜털 살며시 솟아오르는 햇살에 버무려서
세상 그늘에 잊은 채 매달아 두면
몸속에서부터 견딜 수 없어
애꿎은 곰팡이의 모습으로 꽃이 피는 날
그날이 내 생일날입니다
글이 시가 되고
시가 꽃이 되고
발효된 맛으로 태어난 기쁜 날입니다
(2010, 계절문학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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