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토종의 메주콩을 골라 가마솥에 삶아내 듯 알알이 겉도는 말들이 장작더미 가득 품고 온몸으로 끓어오르는 동안 알맞게 물러 부드럽고 풍부해지면 마음으로 찧고 또 찧어 매끌매끌 토닥토닥 어르고 다듬어서 거칠하고 순박한 정성으로 묶습니다 파랗고 높아 휘파람 같은 하늘과 솜털 살며시 솟아오르는 햇살에 버무려서 세상 그늘에 잊은 채 매달아 두면 몸속에서부터 견딜 수 없어 애꿎은 곰팡이의 모습으로 꽃이 피는 날 그날이 내 생일날입니다 글이 시가 되고 시가 꽃이 되고 발효된 맛으로 태어난 기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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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힌국적 삶의 새로운 정서의 승화
오늘의 시는 흡사 정성을 다한 빼어난 메주로 훌륭한 ‘장(醬)’을 양조해내는 일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금동원 시인의 역편(力篇) 「발효」다. 어제까지의 낡은 사고와 지루한 유어반복의 되풀이의 시작법을 훨훨 털어버리고 새로운 이미지의 뛰어난 메타포로 창작돼야 한다는 것을 바르게 이미지화 시키고 있다. “파랗고 높아 휘파람 같은 하늘과/솜털 살며시 솟아오르는 햇살에 버무려서/세상 그늘에 잊은 채 매달아 두면/몸속에서부터 견딜 수 없어/곰팡이의 애꿎은 모습으로 꽃이 피는 날/그날이 내 생일 날입니다”라는 화자의 시를 빚어내는 피땀의 새로운 시 형상화 양식(樣式)의 도입이다.
그렇다. 21세기의 현대시는 이제 구시대의 진부한 낡은 시적 사고(詩的思考)의 틀을 과감하게 깨뜨리는 세련된 일상어에 의한 이미지의 심층 전환 수법이 새롭고, 풍자적인 메타포(metaphor)의 기교 또한 매우 뛰어나야만 한다는 한국 현대시의 가편(佳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