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학교에 갈수 없는 거죠?
학교에 가서 꿈을 키울 기회조차 오지 않는 건가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꿈을 키워야 하는 10대 소녀,
어른이 되기 전 내 의지와 상관없는 출산으로 어린 엄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배움의 끊을 놓고 싶지 않아요. 내 아이의 더 나은 양육과 교육을 위해서라도요.
너무 이른 나이, 배움이 아닌 너무 많은 걸 감당해야만 하는
걸마더(16세이하 미혼모) 아비가일과 조세핀의 외침을 들어주세요.
1. 책가방이 아닌 아이를 등에 업은 아비가일 이야기
“나도 학교 가자”라고 외치는 15세 소녀
라이베리아 말기비 주에 살고 있는 15살 아비가일은 '피터 세이키온 보육원'에서 지내며 유아들에게 글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을 가르칠 때도 떼놓을 수 없는 1살짜리 어린 아들, 제프다가 있는 걸마더(16세 이하 어린 미혼모를 가리키는 말) 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1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15살 걸마더 아비가일.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틈날 때마다 글을 가르칩니다.
아비가일은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학교에 가고 공부하는 것이 좋았던 아비가일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몬트세라도에 갔습니다. 꿈에 차 있었던 몬트세라도 행. 상급학교에 가기 위한 그 길이 아비가일의 꿈을 가로막게 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몬트세라도에서 중학교에 입학한 아비가일은 얼마 후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성폭행은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들 제프다. 고아인 아비가일에게는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제프다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결국 아비가일은 학교를 자퇴하고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을 등에 업고 글을 가르칩니다.
사진/ 끔찍했던 성폭행과 임신으로 학교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아비가일.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그녀는 아직 여리고 꿈 많은 소녀입니다.
아비가일이 머물고 있는 피터 세이키온 보육원에서는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세부터 18세의 아동 47명이 학교에 다니고는 있지만 나이와 수준이 다른 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수업을 받고 있어 제대로 공부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종일 제프다를 돌봐야 하는 아비가일은 이 학교마저도 다니지 못합니다.
중학교 1학년을 끝으로 그만둬야 했던 공부. 아직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는 없지만 틈날 때마다 제프다를 등에 업고 유아들에게 글을 가르칩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요." 한 글자라도 더 배우려고 수업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아비가일은 예전 자신의 모습을 만나는 모양입니다.
사진/ 힘든 육아, 생활고 등으로 학교를 다닐 수는 없지만 보육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열심인 아비가일은
언젠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하겠다는 꿈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될지 아직 기약은 없지만 아비가일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학교로 돌아가고 싶죠. 학교에 가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2. 학교만은 포기할 수 없는 조세핀의 이야기
학교에 가기 위해 아들을 등에 업고 벽돌을 나릅니다.
역시 말기비에 살고 있는 조세핀은 란고 라파예 공립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1살짜리 아들 에드워드를 둔 조세핀은 14살입니다. 성폭행을 당해 엄마가 된 조세핀에겐 마음 놓고 아들을 맡길 가족이 없습니다.
사진/ 14살 걸마더 조세핀은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아이를 데려와야 하는 날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물리적 어려움도 공부를 향한 조세핀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생활비와 학비 모두 벽돌을 날라가며 혼자 해결합니다. 매일 다섯 시간씩 왕복하며 한 장에 15킬로그램인 벽돌을 나르는 동안에도 아들을 떼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벽돌 10장을 나르면 25라이베리아 달러, 우리 돈 300원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사진/ 아이를 업은 채 벽돌을 나르고 있는 조세핀.
이렇게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조세핀에게 삶은 너무나 힘겹습니다. 그럼에도 조세핀이 학교에 다니는 건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되고 싶어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서 낫게 해주니까요."
아프리카에는 아직도 수많은 아비가일, 조세핀이 있습니다.
배움의 기회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초등학생 나이의 여자아이들이 3500만 명(2009년 기준). 이 중 절반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결혼, 임신, 출산 등으로 배움의 문이 점점 좁아지다 보니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전 세계 성인 7억 7500만 명 가운데 무려 3분의 2를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아비가일처럼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 때문에, 집안에서 억지로 시킨 결혼 때문에, 노동에 시달리느라, 지역에 제대로 된 학교나 교사가 없어서, 여자 아이들은 쉽게 교육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됩니다.
사진/ 교복을 입고 아들 에드워드를 한 손에 안은 조세핀.
걸마더들에게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육아와 생계는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아비가일, 조세핀과 같은 수많은 아프리카 여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업고 벽돌을 나르면서도 학교에 다니는 조세핀처럼 아프리카 여자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고 싶어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빈곤, 사회적 악습, 편견으로 교육의 기회를 빼앗긴 아프리카 여아들에게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스쿨미(school me)' 캠페인을 지난해 11월에 시작했습니다.
여자아이들이 좋은 교육환경 속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게 되면 스스로의 삶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속한 지역과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정책적 변화까지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은 스쿨미 캠페인을 통해 2016년까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코트디부아르, 우간다 4개 국가에서 여아를 포함해 모두 6만 3000여 명의 아동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단순한 교육 지원이 아닌 교육 인프라 개선과 교육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 지역 사회 인식 변화를 위한 활동 등 다양한 차원의 지원이 함께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조세핀이 더 이상 벽돌을 나르지 않고, 교실에서 아이를 안지 않고 마음껏 공부해 의사가 되는 상상을 해 봅니다.
아비가일이 다시 중학교에 입학해 행복하게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상상을 해 봅니다.
이 기분 좋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나도 학교 가자!"고 외치는 아프리카 소녀들의 의지와 우리의 관심과 지원이 만난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