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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레바논 거리의 위태로운 아이들

금동원(琴東媛) 2015. 3. 7. 06:27

레바논 거리의 위태로운 아이들 ①

그들이 사는 세상

 


11살 무스타파는 가족을 위해 거리에서 장미를 팝니다. 무스타파는 원래 가족과 함께 시리아에 살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삼촌이 사는 레바논으로 왔습니다. 그 이후부터 꽃집에서 장미를 사다 예쁘게 포장에서 찻길이나 술집을 오가며 꽃을 팔았습니다. 무스타파에게 가장 즐거운 날은 이렇게 벌어 모은 돈을 시리아의 가족에게 보내는 날입니다. 그러나 그 돈을 벌기 위해 이 11살 아이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저를 비웃고 모욕하고 때리는 사람이 많아요. 한 번은 차에 탄 사람이 제 장미를 집어가서는 제 앞뒤로 차를 왔다갔다하며 저를 놀리다 창문을 닫고 가버렸어요. 또 한 번은 술집에서 취한 남자가 나오더니 칼로 제 팔을 찔렀어요. 너무 무서워 엉엉 울었어요.”

거리에서 장미를 팔며 수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무스타파가 나중에 커서 살고 싶은 집은 ‘산에 있어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 살 수 있는 집’입니다.

 

지난 2월 15일 세이브더칠드런은 국제노동기구(ILO), 유니세프와 공동으로 ‘레바논 거리에서 살고 일하는 아이들’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2013년 레바논 정부가 2016년까지 최악의 아동노동을 근절하겠다는 국가 계획을 공표했지만 거리에서 일하는 아동이 되려 늘어나면서, 레바논 노동부가 국제노동기구에 이러한 아동이 대체 누구이고 몇 명이나 되는지 파악해 줄 것을 청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이 보고서에는 지역별, 성별, 연령별 거리의 아이들 추산 인구와 이들의 밀집 지역, 가정환경 등이 담겨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연구진은 5개 도시 18개 구에서 700명이 넘는 아이들과 만나는 포괄적인 현장조사를 레바논 최초로 진행했습니다.

 


레바논 거리의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먼저 ‘거리의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일까요? 이전에는 ‘거리의 아이들(children of streets)’이라는 말이 거리에서 노숙하면서 가족과 전혀 혹은 거의 연이 닿지 않는 아이들을 가리켰습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거리에서 일하며 이후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유니세프는 ‘거리의 아이들(Street Based Children)’를 ‘통상적으로 거리에서 머물거나 이곳에서 생계 수입을 얻는 아이’로 확대하여 지칭합니다. 이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정의에 따라 거리의 아이들을 만나고 연구했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추산한 5곳 도시(베이루트, 트리폴리, 사이다, 악카르, 베카)에 사는 거리의 아이들 수는 1510명. 2013년 말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이후로도 레바논으로 전쟁을 피해온 시리아 아이들이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이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거리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레바논 거리의 아이들 중 절반 이상이 10~14세의 아이들이며 2/3는 남자 아이였습니다. 전체 거리의 아이들 중 51%는 수도 베이루트와 그 외곽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돈을 버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돈을 청하는 것(43%)이었고 그 뒤를 이어 무스타파처럼 길에서 꽃이나 장난감, 껌 등 자잘한 물건을 파는 일(37%)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많게는 16시간을 일하며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1주일 내내 쉬지 않고 일하지만 이렇게 해서 버는 돈은 하루 평균 12달러 미만입니다.

 

비정한 거리 위에 놓인 아이들의 삶


 


거리에서 생활하고 돈을 버는 아이들은 다양한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만나본 아이들 중 46%가 행인에게 신체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고,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이와 관련된 문제를 겪은 경우도 30%였습니다. 39%의 아이들은 거리에서 일할 때 무거운 짐을 지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들이 도움을 청할 곳은 마땅치 않습니다. 학대를 받을 경우 이를 알릴 곳을 묻는 질문에 ‘아무 곳도 없다’고 답한 아이가 전체의 47%로 가장 많았던 반면 경찰 등 공식기관을 답한 아이는 4%에 그쳤습니다.

거리의 아이들은 유해한 환경에도 노출되어 있습니다. 조사 결과 44%에 이르는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고 14%가 음주, 9%가 본드 흡입을 하고 있습니다. 대마 등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길 잃은 미래: “언제 이 일을 그만 둘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아이들이 마주한 위험은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미래 역시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거리의 아이들 중 글을 전혀 모르는 아이가 43%,  한 번도 학교에 가보지 않은 아이도 10명 중 4명에 이릅니다. ‘거리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아이들(40%)이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과 현실과의 괴리는 꽤나 깊어 보입니다. 거리의 생활을 언제 그만 둘 것 같은지 묻자 절반에 가까운 45%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5%는 ‘죽을 때’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조만간 그만 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아이는 단 3%였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커서 엔지니어나 의사, 선생님, 회계사처럼 전문직에서 일하고 싶어 하고(29%), 자신만의 사업을 운영하고 싶어했고(16%), 제대로 장사를 배우고 싶어했습니다(14%). 이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 거리에서 돈을 청하고 물건을 파는 대신 학교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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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거리의 위태로운 아이들 ②

전쟁이 쫓아낸 아이들

 

 

시리아에서 살던 파디(8)가 레바논으로 온 이유는 4년 째 이어지고 있는 내전 때문입니다. 그가 삼촌을 만나러 집을 나서던 때 그의 집에 미사일이 날아들었습니다. 파디는 삼촌과 함께 레바논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레바논에 도착한 삼촌은 고속도로에 파디를 홀로 남겨두고 떠났습니다. 파디는 어떤 날은 하루 종일 걸어 발견한 교회에서 몸을 누이고, 식당 주인의 인심으로 배를 채웠지만 이 같은 행운이 매일 찾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일자리를 주겠다며 데려간 남자에게 학대를 당하고 갈 곳이 없어 어두워지도록 홀로 놀이터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 놀이터에서마저 쫓겨난 파디는 길가에서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지난 2월 15일 세이브더칠드런은 국제노동기구(ILO), 유니세프와 공동으로 ‘레바논 거리에서 살고 일하는 아이들’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2013년 레바논 정부가 2016년까지 최악의 아동노동을 근절하겠다는 국가 계획을 공표했지만 거리에서 일하는 아동이 되려 늘어나면서, 레바논 노동부가 국제노동기구에 이러한 아동이 대체 누구이고 몇 명이나 되는지 파악해 줄 것을 청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이 보고서에는 지역별, 성별, 연령별 거리의 아이들 추산 인구와 이들의 밀집 지역, 가정환경 등이 담겨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연구진은 5개 도시 18개 구에서 700명이 넘는 아이들과 만나는 포괄적인 현장조사를 레바논 최초로 진행했습니다


시리아 내전의 그늘이 내려앉은 레바논 거리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거리의 아이들 중 73%가 시리아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적절한 보호 없이 거리에서 살고 일하는 문제는 시리아 내전 이전부터 레바논에 있었던 고질적인 문제로, 시리아 난민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이 거리로 나서기에, 제대로 돌봄 받지 못하고 교육받지 못하는 시리아 난민 아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거리의 아이들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것입니다.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이 발생한 이래 지난 2월까지 120만 명에 가까운 시리아 난민이 레바논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난민캠프를 따로 운영하지 않는 레바논에서 난민들은 생활비가 가장 적게 드는 곳을 찾아 가난한 지역사회로 들어가지만,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가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지난 7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행한 레바논 국가 보고서에 따르면 난민들이 증가함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집세가 1.5~2배 가량 올랐습니다. 일자리를 찾기도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전쟁을 피해 평생 일군 재산을 두고 떠나와야 했던 시리아 난민들에게 이러한 환경에서 가족을 부양하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닙니다. 같은 일을 하는 레바논 주민보다 20~50%까지 낮은 급여를 감수해도 구할 수 있는 일은 대체로 임시 저숙련 노동입니다. 시리아 난민의 실업률이 30%에 이르니 그런 자리라도 구하면 다행일 지경입니다. 하루살이조차 고된 이런 상황에서 한 달 생활비에 맞먹는 200달러를 내고 공식 체류권을 얻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란 많은 난민에게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학교에 갈 수는 없고 가족이 생활고에 짓눌리니 시리아 난민 아이들은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도 벌려고 레바논의 거리로 나섭니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러한 아이들이 무방비한 거리가 아니라 안전한 공간에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도록, 아이들이 아이답게 자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거리의 아이들 다수를 차지하는 시리아 난민 가정에 식량과 기초 생활용품을 지급해 가족의 숨통을 틔워주고,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찾아와 공부하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안전한 아동친화공간을 운영합니다. 레바논 정규 교육과정에 기반한 세이브더칠드런의 교육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로 나가는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에서는 시리아와 레바논의 취약 청소년과 청년이 함께 생활 기술을 터득하고 지역사회 발전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이 같은 활동은 소득의 기회를 높일 뿐 아니라 난민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관계를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대신 학교에 다니고 돌봄을 받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동노동 반대 운영위원회를 비롯한 레바논 정부가 관련 법을 강화하고 예방 활동을 전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이라는 인도적 위기가 거리의 아이들 문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레바논 정부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오늘도 학교 대신 비정한 거리에 선 아이들이 다시 아이답게 살 수 있으려면 국제 사회와, 이를 움직일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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