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에서
금동원
뭉게구름처럼 떠있던 벚꽃들은
추억없는 봄바람의 흔들림에
쉽게 흩어져 버리고
꽃과 꽃 사이의 웃음소리와
박수갈채 닮은 발자국 소리에
넋을 놓고 걸터앉은 여의도의 봄밤은 나른하다
지금 우리는 떠나고 없고
정말 꿈만 같이 짧았던 하루
발그레한 한낮의 온기는 길을 잃었고
꽃숨결 드나들던 마음자리엔
텅 빈 그림자만 길게 드리워진
봄은 짧거나 길거나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시집 『마음에도 살결이 있어』,( 월간문학출판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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