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羞恥心)이라는 명제
구상
동물원
철책(鐵柵)과 철망(鐵網) 속을 기웃거리며
부끄러움을 아는
동물을 찾고 있다,
여보, 원정(園丁)!
행여나 원숭이의
그 빨간 엉덩짝에
무슨 조짐이라도 없소?
혹시는 곰의 연신 핥는
발바닥에나
물개의 수염에나
아니면 잉꼬 암놈 부리에나
무슨 징후라도 없소?
이 도성(都城) 시민에게선
이미 퇴화(退化)된
부끄러움을
동물원에 와서 찾고 있다,
-『문학사상(文學思想)』 , 1988년 3월호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국정 전면 복귀 노골화…청 ‘총리에 권한 이양’ 수습책 뒤집어
[경향신문]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2016.11.18 22:06:01 수정 : 2016.11.18 22:07:05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 등 8일 만에 공개 일정 소화 ‘내·외치 주도’
참모와 대면 회의로 ‘비선 정치’ 희석…‘100만 촛불과 일전’ 선포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전면 복귀를 강행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18일 신임 청와대 참모진과 신임 대사들에게 각각 임명장과 신임장을 수여했으며, 오는 22일 국무회의도 주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또 박 대통령의 다음달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계획을 밝히는 등 내·외치를 주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9일 ‘4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국정 전면에 서겠다고 알린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이 ‘100만 촛불 민심’과 일전을 선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정종휴 주교황청 대사 등 신임 대사 5명에게 신임장을, 조태열 주유엔 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오후 2시30분에는 한광옥 비서실장과 허원제 정무·배성례 홍보·최재경 민정수석 등 신임 참모진, 안총기 외교부 2차관, 유동훈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정무직 10명에게도 임명장을 수여했다. 박 대통령이 공개 일정을 소화한 것은 지난 10일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 이후 8일 만이었다.
박 대통령은 또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안을 심의·의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적 의견 수렴 없이 속도전식으로 밀어붙인 사안을 직접 처리한다는 것 자체가, 퇴진 민심에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또 박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이날 확인했으며, 한동안 보류됐던 박 대통령 신년 연하장 제작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김현웅 법무장관에게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에 대한 철저 수사를 지시한 것을 복귀의 신호탄으로 여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이전까지 관저나 본관에서 전화로 업무를 지시했지만 3주 전부터 비서진이 근무하는 위민관 집무실에서 집무를 보면서 수시로 참모들과 내부회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수석·장관들의 대면보고를 받지 않고, 비선에 기대 국정운영을 했다는 비판을 희석시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퇴진 민심에 맞선 복귀 강행 움직임에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추천’ 총리에게 헌법에 명시된 권한을 보장해 거국내각 취지를 살리겠다는 청와대 제안,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 등 정국 수습책들은 박 대통령 전면 복귀로 물 건너가게 됐다. 국정을 끌어나갈 명분도 동력도 상실한 ‘5% 대통령’의 버티기로 국정 혼란상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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