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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안데르센 자서전: 내 인생의 동화

금동원(琴東媛) 2017. 5. 6. 19:02

 

 

 『 안데르센 자서전』: 내 인생의 동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저/이경식 역/휴먼앤북스(Human&Books)

 

  세계 5대 자서전의 하나로 평가받는 안데르센의 최초 한국어판 자서전이다. 책 속에는 수많은 작품들이 태어나게 된 배경과 동기, 그 작품들에 대한 각양각색의 평가들까지 낱낱이 드러나 있으며, 19세기 유럽 문화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안데르센의 많은 작품들을 폭넓게 이해하는데 있어서 훌륭한 자료가 될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는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자서전에는 안데르센의 여행 행로와 그가 만난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 모든 것들은 책을 넘기는 이들을 한 번 더 놀라게 한다. 승합마차와 증기선, 증기기차를 타고 동쪽으로는 터키 콘스탄티노플까지, 서쪽으로는 포르투갈의 리스본, 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에서 북해 해안까지 유럽 대륙 전역에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또 빅토르 위고, 바이세, 그림 형제, 뮬러 등의 예술가, 농민, 왕족에 이르는 인물들. 여행은 이 모든 것들을 얻을 수 있었던 원천이 되었던 것이다.

 

  책 속으로

 

  점차 건강하지 못한 기질이 내 글쓰기 속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삶의 우울한 부분을 찾아 나서고 사물의 어두운 부분에 집착했다. 예민해졌고, 내게 쏟아지던 칭찬보다 비난에 더 많이 마음이 쏠렸다. 적지 않은 나이에 떠밀리다시피 학생이 된 나는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지식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작가가 되고 싶은 충동 때문에 첫 작품<도보 여행기>를 발표했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도보 여행기>에는 문법적인 오류가 수없이 많았다. 출판하기 전에 돈을 들여 교정 작업을 거쳤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일엔 익숙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내가 한 실수들을 찾아내 비웃으며,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엔 일부러 눈을 감았다. 오로지 오류를 찾아 내기 위해 내 책을 읽었던 사람들이 누군지 난 알고 있다. 그들은 내가 '아름다운' 이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사용했는지 꼼꼼히 세고 따지는 성가신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희가극 작가였고 비평가였던 어떤 신사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 자리에는 나도 있었다. 몇 번이고 이런 식으로 내 작품을 찢어발겼다. 모든 게 다 엉터리이고 틀렸다는 그의 얘기를 듣고 있던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책을 집어 들고 접속사 '그리고'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 p.129

 

  우리 가족의 방은 구두를 만드는 작업대와 어른 침대와 내가 쓰는 아기 침대만으로도 가득 찼다. 그 작은 방에서 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벽에는 그림들이 붙어 있었고, 아버지의 작업대는 책이며 악보들이 수북하게 놓였고, 작은 부엌은 반짝거리는 접시와 냄비들로 가득했다.

---p.24-25


  아버지에게 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존재였다. 아버지는 나를 진정으로 사랑했다. 일요일이면 나를 위해 만화경을 만들었고, 또 인형을 만들어 인형극을 펼쳐 보였다. 아버지는 내게 홀베르크의 희곡과 를 읽어주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아버지는 오직 이럴 때만 정말이지 쾌활해 보였다. 아버지는 일생을 사는 동안 구두 수선공으로서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사람이다.--- p.25

  “내가 백작이 되면 내 성에서 일하게 해줄게!”
여자아이는 깔깔거리며 웃고는 가난한 꼬마 주제에 어떻게 백작이 되느냐고 했다. 어느 날 나는 성을 하나 그려서 보여주며 내 성이라고 말했다. 태어날 때 가난한 집 아이와 실수로 뒤바뀌는 바람에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살고 있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또, 이런 사실은 하나님이 아무도 모르게 천사들을 내게만 살짝 보내 가르쳐줘서 알았다는 말도 했다. 여자아이는 나를 보고 이상하다는 듯 웃더니 옆에 있던 다른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쟤도 자기 할아버지처럼 바본가 봐.”
--- pp.36-37

 

  출판사 리뷰

 

  일찌기 서양 문학사가들로부터 아우구스티누스의 '참회록', 괴테의 '시와진실', 루소의 '고백록', 프로포트킨의 '크로포트킨 자서전'과 더불어 세계 5대 자서전의 하나로 평가받는 안데르센의 최초 한국어판 자서전으로 1971년 출간된 영국어판을 저본으로 한 것이다.
  안데르센은 세 시기에 걸쳐 자서전을 집필했다. 마흔한 살 때인 1846년에 독일어판 작품 전집에 부치기 위해 첫 번째 자서전을 집필했고(이 책의1부), 이후 쉰 번째 생일인 1855년 4월 2일까지의 삶(2부)을 다시 증보했다. 1867년까지의 이야기(3부)를 담고 있는 세 번째 자서전은 뉴욕에서 출간된 작품집을 위해 쓰여졌다. 이 책은 세 시기에 걸친 자서전 모두를 한데 모은 것으로 일반 단행본 두세 권 분량의 방대한 양이다.
  안데르센은 자서전이 자기 작품에 대한 주석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굳이 그렇게 말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안데르센의 행보를 조금만 살펴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인데, 그의 작품들이 주변 여러 나라에서는 높게 평가되고 찬사를 받았던 데 반해, 유독 덴마크의 비평가들은 안데르센과 그의 작품에 대해 아주 냉담했다. 그런 상황에서 안데르센에게 자서전은 자기 작품을 옹호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였던 셈이다.
  안데르센의 자서전에는 수많은 작품들이 태어나게 된 배경과 동기, 그 작품들에 대한 각양각색의 평가들가지 낱낱이 드러나 있어 '주석'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론적 관점에서 안데르센의 작품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 이보다 훌륭한 자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외로웠던, 하지만 행복했던 작가 안데르센.     

     교고쿠도 | 2010-03-06

 

  여기저기 뒤져서 지금은 절판된 <안데르센 자서전 : 내 인생의 동화>를 구했다. 이 책을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니게 된 계기는, 이양지의 단편 <그림자 저쪽>을 읽다가 주인공 쇼코가 안데르센 자서전의 페이지를 넘기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장면을 보고 내용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쇼코도 그 책을 헌책방에서 샀다고 하는데, 절판되어 나도 그렇게 헌책방에서 구하게 되었다.

  안데르센, 그는 평생 열등감과 외로움에 휩싸여 살았던 사람이다. 그의 자서전에는 그러한 그의 불우한 삶이 잘 드러나 있다.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서 좋은 글을 써도 쟁쟁한 문인들에게 무시를 당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이 아닌, 그의 유럽 기행 이야기 등 문인으로서의 안데르센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안데르센 자서전은 크로포트킨 자서전,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등과 함께 세계 5대 자서전 안에 들어가는 명작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양지가, 쇼코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 역시 느껴보고 싶다.

  쇼오꼬는 책을 덮고 노인의 사진을 보았다. 손톱이 짧아진 탓으로 집기가 어려워 사진은 원고지에 붙여 놓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쇼오꼬는 사진을 그대로 둔 채 안델센의 자서전을 손에 들었다.

  이 책을 헌책방에서 발견한 것도 노인과 만난 근 10년 전의 일이다.

  표지의 등이 누렇게 되고 낱장의 가장자리에도 연한 고동색의 얼룩이 번져 있다. 2단으로 짜인 작은 활자는 주위의 공백이 적은 탓인지 더 작고 빼곡이 들어찬 것처럼 보인다.

 

―― 1819년 9월 6일 월요일 아침, 나는 프레드릭스벨 언덕 위에서 처음으로 코펜하겐을 바라보았다…….

  유년기까지의 추억에 대한 기술이 끝나면 14세가 된 안델센의 홀로 가는 외로운 나그네길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작품에 대한 악평, 빈정거림, 좌절, 실망, 쇼오꼬의 상상을 훨씬 넘는 괴로운의 시기는 안델센을 몇 번이나 엄습해서 그것을 처음 읽었을 무렵에는 가슴이 막히는 것을 느꼈었다. 그러나 또 한편 자서전 전체는 안델센이 많은 선의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고, 혹은 도움을 받은 행운의 사람같이 여겨질 에피소드로 메꾸어져 있다.

―― 나의 생애는 파란이 넘치는 행운의 일생이었다. 그것은 그대로가 한편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안델센도 스스로 그렇게 쓰고 있다. 그러나 쇼오꼬에게는 안델센이 행운의 에피소드를 열거하면 할수록 어딘지 썰렁한(그것은 고독감이라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홀로라고 하는 것을 각오하고 있는 또 하나의 표정이 어쩔 수 없이 다가오곤 했었다.


- 이양지의 단편  <그림자 저쪽> 중 발췌

 

 

 

 

  ○ 동화처럼 놀랍고 멋진 인생이야기!    

      mannerlee | 2009-06-07 |

  죽기 전에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었던 책 중의 하나였는데 절판된 책을 어렵게 구해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을 전파했던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쓴 자서전이다. 안데르센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남겨 후세에 전하고자 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 세 차례에 걸쳐 실천되었다. 따라서 그의 자서전은 마치 옆에서 얘기를 들려주듯이 생생하면서도 매우 완성도가 높은 문학작품이 되었다. 충분히 세계 5대 자서전에 들만한 수준 높은 기록이다.

  안데르센의 자서전을 읽기 전까지 세간에서 흔히 얘기해 오던 것 같이 나도 그가 매우 불행한 삶 속에서 주옥과 같은 작품들을 탄생시킨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다 보니 그건 낭설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 그는 무척이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비호남형의 얼굴에 평생 독신의 삶을 살았다. 게다가 비록 자서전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지만 지독히 사랑했던 한 여인에게 버림받은 가십성 이야기까지 있으니 보통의 관점에서 보면 결코 좋은 조건의 삶을 살았다고는 볼 수 없겠다. 하지만 내가 볼 땐 그의 삶은 전반적으로 행복했고 대단히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간 작가인 것 같다. 우선 그의 자서전 첫 머리가 이렇게 시작되고 있지 않은가?

  "내 인생은 멋진 이야기다. 행복하고 온갖 신나는 일로 가득하다."라고.

  그의 삶은 전적으로 그가 개척하고 이룩해낸 위대한 업적이다. 찢어질 듯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교육도 제대로 못 받아 14세에 가수로 성공코자 홀로 코펜하겐으로 떠난 안데르센.

  그는 볼품없는 외모와는 달리 여러가지 면에서 탁월한 달란트를 지녂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는 미성으로 노래를 잘했을 뿐만 아니라 책의 곳곳에 있는 스케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림에도 재주와 식견이 있었다. 또, 그는 친화력도 뛰어나서 유럽의 곳곳을 돌면서 당대를 움직이던 수많은 명사와도 평생의 교유를 이어 나갔다. 작가 하이네, 빅토르 위고, 찰스 디킨스, 뒤마, 그림형제, 음악가 멘델스존, 바그너 등 이름만으로도 감탄이 나올만한 사람들이 모두 그의 벗이 되었던 사람들이다.

  특히, 안데르센은 인생의 침체기를 맞을 때마다 여행을 통하여 이를 극복해 내고 전환의 기회로 삼아 수동적 삶이 아닌 적극적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곤 하였다. 어쩌면 그가 평생 홀로 살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여행을 좋아했던 그의 천성으로 말미암은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안데르센은 그의 인생의 많은 부분을 여행을 하는데 바쳤으며 여행중에 만난 많은 사람들과 교유를 하였는데 이것이 그의 주옥같은 작품을 탄생시키는 핵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면서 안데르센은 그의 동화를 스스로 '놀라운 이야기'로 칭하는데 이는 자신의 내재적 경험과 여행으로 다져진 풍부한 상상력이 결합되어 독창적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던 그의 철학과 자신감의 표현이라 생각된다.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가난한 집안 출신의 안데르센, 그는 기성문단으로부터 공공연한 무시와 차별을 받았고 늘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유럽국가들로부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고, 마침내는 늦게나마 그의 조국 덴마크로부터도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고향 오덴세를 떠나 거의 반세기만에 명예시민으로 추대되며 따뜻한 환영을 받는 마지막 장면은 마치 소설속 클라이막스에서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느낌과 같아 긴 여운이 남는다.